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가시나무새의 슬픈 사랑이야기/나태주


1.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모를 것이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변방의 둘레를 돌면서
내가 얼마나 너를 생각하고 있는가를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까마득 짐작도 못할 것이다.
겨울 저수지의 외곽길을 돌면서
맑은 물낯에 산을 한 채 비춰보고
겨울 흰 구름 몇 송이 띄워보고
볼우물 곱게 웃음 웃는 너의 얼굴 또한
그 물낯에 비춰보기도 하다가
이내 싱거워 돌멩이 하나 던져 깨드리고 마는
슬픈 나의 장난을


2.
솔바람 소리는 그늘조차 푸른빛이다.
솔바람 소리의 그늘에 들면 옷깃에도
푸른 옥빛 물감이 들 것만 같다.

사랑하는 사람아,
내가 너를 생각하는 마음조차 그만
포로소롬 옥빛 물감이 들고 만다면
어찌겠느냐 어찌겠느냐.

솔바람 소리 속에는
자수정빛 네 눈물 비린내 스며 있다.
솔바람 소리 속에는
비릿한 네 속살 내음새 묻어 있다.

사랑하는 사람아,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 마음조차 그만
눈물 비린내에 스미고 만다면
어찌겠느냐 어찌겠느냐.


3.
나는 지금도 네게로 가고 있다.
마른 갈꽃내음 한 아름 가슴에 안고
살얼음에 버려진 골목길 저만큼
네모난 창문의 방안에 숨어서
나를 기다리는
빨강 치마 흰버선 속의 따스한 너의 맨발을 찾아서
네 열게 발가락의 잘 다듬어진 발톱들 속으로.

지금도 나는 네게로 가고 있다.
마른 갈꽃송이 꺾어 한 아름 가슴에 안고
처마 밑에 정갈히 내건 한 초롱
네 처녀의 등불을 찾아서.
네 이쁜 배꼽의 한 접시 목마름 속으로
기뻐서 지줄대는 네 실핏줄의 노래들 속으로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84418   2022-04-26 2022-04-26 17:0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95299   2014-12-04 2021-02-04 13:4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111999   2014-01-22 2021-02-04 13:5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12712   2013-06-27 2015-07-12 17:04
2432 아 내 4
숯고개
1291 1 2007-04-15 2007-04-15 17:01
 
2431 고독 3 8
An
1354 17 2007-04-15 2007-04-15 12:05
 
2430 김춘경 시집 [사랑을 묻는 그대에게] 출간~! 1
사공
1258   2007-04-14 2007-04-14 18:30
 
2429 사라진 별
바위와구름
1350   2007-04-14 2007-04-14 15:15
 
2428 "비"의 연가
김미생
1289 2 2007-04-13 2007-04-13 16:24
 
2427 노부부의 사랑 3
숯고개
1354   2007-04-13 2007-04-13 12:04
 
2426 사랑한다면 이것 만은 잊지마세요 1
들꽃향기
1025 1 2007-04-12 2007-04-12 12:30
 
가시나무새의 슬픈 사랑이야기/나태주
빈지게
1289 4 2007-04-12 2007-04-12 10:23
가시나무새의 슬픈 사랑이야기/나태주 1.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모를 것이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변방의 둘레를 돌면서 내가 얼마나 너를 생각하고 있는가를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까마득 짐작도 못할 것이다. 겨울 저수지의 외곽길을 돌면서 맑은 물낯에 ...  
2424 사랑한다는 것은 1
李相潤
1263 10 2007-04-11 2007-04-11 19:19
 
2423 이음악의 제목을 아시는 분 3
산지기
1099 2 2007-04-11 2007-04-11 18:18
 
2422 사랑한다는 것은
李相潤
1072 6 2007-04-11 2007-04-11 17:37
 
2421 오 복 (五 福 ) 1
숯고개
1204   2007-04-10 2007-04-10 15:05
 
2420 봄이 오는 소리/남낙현 4
빈지게
1353 4 2007-04-09 2007-04-09 23:12
 
2419 등산 3
들꽃향기
1285   2007-04-09 2007-04-09 20:56
 
2418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초대/ 이종원
김남민
1353 1 2007-04-09 2007-04-09 17:13
 
2417 봄날은 간다. 4
우먼
1375 2 2007-04-09 2007-04-09 04:51
 
2416 ♣ 꽃비의 이름으로 ♣ 4
간이역
1363   2007-04-08 2007-04-08 21:24
 
2415 그리운 추억이여 1
바위와구름
1174   2007-04-08 2007-04-08 12:36
 
2414 봄바람/박동월 4
빈지게
1328   2007-04-07 2007-04-07 12:29
 
2413 민들레 / 김상미 2
빈지게
1410 11 2007-04-07 2007-04-07 11:42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