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ㅣ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 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차창에 들어 붓는
빗물도
나도
도로 가장자리 한켠에 서
가슴에서 흘러 내리는 그것에
한참을 기대어 서성거렸다
그래, 그렇게
가끔씩 흔들릴 때는
마음이 흐르는 대로
멈추어
다 씻어 주는 빗물에
의지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
떠나 가는 시간을 만나
나를 맡겨 봐도
괜찮은 거겠지
*ps.. 잠시, 외출한 사이 갑자기 만난 소나기.. 도로 곁에 차를 멈추고.. 서성거렸다.
들어와 만난 글에.. 음악에.. 캄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