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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4,852
2007.10.15 13:21:30 (*.202.145.22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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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은 소나무 아래에 서서 

무엇이 그리 바쁜지 
열린 창문으로 누런 솔잎 하나 던지고 달아난다 
바람일까 
세월일까 
언제나 어머니 가슴으로 품어준 소나무.....
버짐 피었던 옛날에 아이는
발돋움한 제 키보다 더 굵은 소나무 아래서 
가을지나는 바람소리도 들었을까 

아이는, 그그제쯤 
그 소나무에 달린 불혹(不惑)을 따먹는 것 같았다 
그제는 엉겁결에
지천명(知天命)을 주워들고는 곤혹(困惑)에 고개젖혀 눈감고 있었는데
어제는
소나무에 기대어 잠깐 조는 사이에 나직이 놓고 갔다
거슬림 없이 세상을 들으라고  큰 귀(耳順)를..... 

이제는 
앞을 보지 말고 뒤를 돌아다 보며 살라 한다 
일찍 일어나
새벽부터 빗자루 들고나가 길을 쓸라 한다 
오고 가는 길 위에 버려진 모두를 쓸어 담으란다
꼬장꼬장한 훈장(訓長)의 밥그릇
역지사지(易地思之) 회초리는 꼭 담으라 한다

세상을 바르는(正) 저울이 되라 한다 
기울면, 다른 가슴이 아프다
기울면, 그늘이 진다
기울면, 마음도 이그러진다
늘, 거울에 비추라 한다 
위(爲)하는 마음엔 깊이 고마워해야하고
잊거나, 화(禍)로 갚으려는 마음엔, 회초리 열어 햇살을 들이라 한다  

낮 잠, 늘어지게 한숨 잔것 같은데
어느새 
아이는 자라, 지팡이 짚고 늙은 소나무 아래에 서 있다
눈감고 주마등(走馬燈)을 보고 있을까 
엣날에 불어간 바람소리를 듣고 있을까
소나무와 이마 맛대고 무슨 생각을 할까
소나무도 늙었다
"링거"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눈 내리는 겨울이면
늙은 소나무 위에도
지팡이 짚고 섰던 자리에도
그자리에 파묻은, 깊은 회한(悔恨) 위에도 
눈은 쌓이겠지.....
지팡이 마저 늙어버리면
아이는
소나무 아래에 지팡이와 묻혀 흙이 되고
다시 돋아나 
아이가 되고......


99100710. 邨 夫 Ador. 
댓글
2007.10.18 10:32:17 (*.202.142.123)
Ador
배경음악이 조심스럽습니다.
저작권 문제가 없는 시절에 올렸는데,
오래 지나다보니 음원이 다운되었더군요~

써놓은 글들을 정리하다, 지천명이 지난 어느날에 쓴 글이라 오래되어,
음원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은, 홈 쥔장님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고마운 마음.....

어렵게 찾아 보내주셔서 올렸는데, 문제가 되어 누를 끼칠까 저어됩니다만,
워낙 좋아하는 곡이어서, 님들과 같이 듣고 싶어 그냥 올렸습니다.
노래주인이 삭제하라시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음악은, "오페라" 나비부인 중, 2막 12장의 "허밍코러스(Humming Chorus)"입니다.
댓글
2007.10.15 15:20:34 (*.204.44.4)
빈지게

Ador님!
아름다운 시와 음악 감사합니다.
인생을 바르게 살고 늙어가는 것을
두려워 하지말고, 흐르는 물처럼 자연
스럽고 아름답게 살아야 하겠다는 생
각을 하게 합니다.^^*
댓글
2007.10.15 23:12:13 (*.85.49.69)
cosmos
멋진 어느님에
인생드라마를 보듯...
잔잔한 그 무엇이 가슴에 얹히네요.

좋은글,
가을이라서 더 코끝 찡한걸까요?



댓글
2007.10.20 00:51:40 (*.92.74.147)
Ador
어느 인생이든, 다 소중한 기록이겠지요~
가고나면 남는 건......
후손에게나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삶이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정정당당한 경쟁이 아닌, 남을 아프게하고 이룬 명예와 부는.....
못난 농부의 푸념이기도 하지만요~ ㅎㅎㅎㅎ
댓글
2007.10.18 10:40:02 (*.202.142.123)
Ador
코스모스님 반갑습니다~
바로 님의 닠처럼, 코스모스게졀인데.....
가을 잘 보내시는지요~
영혼이 가엾고 외로운 이들의 좋은 벗이 되어 위로하는 코스모스~
가을의 전령이자 상징인 코스모스가 이제는 기후변화로
사시사철을 피워대니, 그 또한 안타깝군요~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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