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어서라도 당신 사랑하겠습니다 시간이 머무르다 떠난 자리에서 휑하니 맴도는 쓸쓸함의 중심에서 문득 한줌 외로움이 묻어납니다 서늘한 기억의 담장 너머에서 키 큰 플라타너스처럼 해맑게 웃고 계시는 당신 어렴풋이 들려오는 따뜻하고 다정한 당신의 음성에 울컥 눈물이 솟아납니다 어느새 우리들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할 정도로 멀어져버렸습니다 까닭없이 그대 보고파 애꿎은 손톱 끝만 버릇처럼 물어뜯던 숱한 밤들 나 죽어서라도 당신 사랑하렵니다 이미 다른 사람의 사랑이 되신 당신 내게 되돌아올 수 없는 당신 눈물겹게 사무치는 내 사랑, 당신 죽음 뒤에 펼쳐질 미지의 세상 설령 죽음이 우리의 끝이라 하여도 나는 당신 사랑하렵니다 죽어서라도 사랑하고 말겠습니다 당신 내 곁에서 한 발짝도 달아날 수 없도록 당신 내 안에서 한 걸음도 멀어질 수 없도록 살아서 못 이룰 사랑이라면 죽어서라도 당신, 내사람 만들고야 말겠습니다 모질게 다짐해보는데 왜 끝도 없이 눈물이 나는 걸까요 눈물도 이제는 내 마음을 몰라주나 봅니다 장세희 시인 시집 내 멋진 남자 친구에게 수록
날이 저물어
당신은 모르는 채 돌아갑니다.
혼자서만 사랑하다
세월이 흘러
나 혼자 말없이 늙어갑니다.
남 모르게 당신을 사랑하는 게
꽃이 피고 저 홀로 지는 일 같습니다.
도종환님의 혼자사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