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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방앗간 풍경

빈지게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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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철 지붕은 낡아 여기저기서 비가 샐것만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힘찬 소리로
                                           연방 돌아 갈 것만 같은 그림같은 작은 방앗간...
                                           아직도 저렇게 오래된 방앗간이 꿋꿋하게 서 있는 것을 보고 난 너무 반가웠다.

                                           어린시절 우리마을은  섬진강 상류인 요천수에서 마을로 들어온 물을 이용하여
                                           물레방앗간이 있었다. 지금의 발동기나 전기를 이용한 동력에 비하면 어림도 없
                                           이 힘이 약하여 쌀 3-4가마 찧으려면 한나절은 기다리고 했었지만 힘차게 돌아
                                           가는 피댓줄 소리나 벼가 깨끗이 떨어져 내려가라고 가끔 방앗간 주인 아저씨가
                                           나무 망치로 벼가 쌓였던 깔대기 모양의 아주 큰 나무 통을 "쾅~ 쾅~"하고 두드
                                           리는 소리는 가슴이 확 트이는 듯한 시원함을 느끼게 했고,

                                           거름으로 사용 할 왕겨를 멱사리에 퍼담아 리어카를 이용하여 집으로 실어 나르
                                           고 쌀이 도정이 되는 순 간 기다리면서 왕겨를 물레 방아 아래 쏟아져 내리는 물
                                           에 떠내려 보내며 조그만 배를 띄우듯 좋아하기도 하고, 가늘게 깎여서 떨어지
                                           는 죽겨를 쇠죽을 끓이거나 돼지밥을 주는데 사용 하려고 가마니에 담았고.
                                           방앗간이 쉬는 날에는  방앗간 밖 왕겨가 떨어졌던 곳에서 참새 떼들이 옹기 종
                                           기 앉아서 싸라기를 찾아 쪼아 먹으며 즐거운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또한 요즘처럼 추운 겨울이면 농수로의 물이 얼어붙어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게
                                           되면 장대를 이용하여 얼음을 깨면서 방앗간 주인이 해야 할 일을 도와주기도 했
                                           다.

                                           여름이면 보리방아나 밀가루 방아도 찧고 설날이 가까워지면 온 동네 사람들이
                                           3-4일동안 순서를 기다리며 가래떡을 빼느라 방앗간에서는 온 종일 수증기가 피
                                           어 오르고 했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쌀을 모두 도정하고 나서 햅쌀을 가마
                                           니에 받을 때 풍겨 올라오는 쌀의 향기가 어쩌면 그렇게 향긋하고 좋았는지...
                                           요즘엔 한 사람이 하루 평균 두 공기 정도밖에 쌀을 소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쌀
                                           은 우 리들에게 가장 소중한 식량이고, 방앗간에 가면 언제나 신이 나고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만은 틀림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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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 2008.01.22. 21:42
글을 읽어 내려오는 동안.....
마치 글의 주인공이되어 글속에 살은 것 같습니다.
눈에 선합니다 정경이.....

빈지게님
사실, 이사람도 방앗간 있는 시골이라
다른 건 몰라도,
벼가 쌀로 태어날 때의 그 향기는 아직도 기억이 된답니다.

오래 전으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반글라 2008.01.23. 10:21
양철지붕

비오는 날엔
양철지붕 밑으로 달려간다.

빗소리가 지붕을
때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통탕 쿵탕탕..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는 소리처럼

지붕아래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손으로 벋아본다.

하지만..
손바닥에 떨어진 소리는
요란한 그 그 피아노 소리가 들리질 않는다..


어릴적 비올땐
여지없이 양철지붕밑으로
달려가곤 했었지요..
뒷날 스래트 지붕으로 바뀔때까지..
어릴때 동화적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Cosmos 2008.01.24. 11:00
벼가 쌀로 태어날 때의 그 향기?
어떤 맛일까요? Ador님...

방앗간에 대한 아무런 추억도 없고
시골의 정겨움을 전혀 모르고 자란 저로써는
그저 글로써 경험할밖에요.

비가 내리는 지금
고국의 그리움 한 보따리를
이곳에 풀어봅니다 빈지게님...

반글라님도 안녕하시죠?



빈지게 글쓴이 2008.01.25. 11:34


Ador 선배님! 반글라님! Cosmos님!
건강하신 몸으로 잘 지내시죠?
옛 추억을 공감하시고 고국에 대한 그리
움을 달래셨다 하오니 한장의 정겨운 사
진을 담으러 1월 1일날 오후에 눈길을 쏘
다녔던 시간에 대한 보람을 느낌니다.ㅎㅎ
늘 감사합니다.^^*
유지니 2008.01.25. 15:20
빈지게님!
저도 방앗간에 얽힌 이야기가 있답니다.
아마도 1995년도에 직장생활하다 비지니스 한답시고 깝쭉대다가 말아먹고선
머리도 식힐겸 그당시 충남 부여에 사는 셋째형 방앗간에서 벼 나락 나르는 일을 두어달 가량 했었습니다.(그 형은 서울의 인터콘티넨탈 호텔 요리사 였는데, 무슨 연유인지 여름휴가때 처갓집에 갔다오더니, 직장 그만두고 내려가서 방앗간을 인수하여 방아쟁이가 되었습니다. 당시 처갓집에서 쬐그만 방앗간을 하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부여에서 대전으로 쌀 배달하고 오다가 검문소에서 검문에 걸려(그당시 신용카드 연체땜시롱 기소중지가 되어있었나봅니다) 바로 부여경찰서로 그리고 다음날 서울 송파경찰서 형사에게 인계되어 서울로 수갑차고 압송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방아 찧으면서 오리로 도리탕도 해먹고, 동네사람들과 막걸리도 마시고, 미꾸라지 잡아다가 추어탕도 끓여먹고....
재미있었던 기억이었습니다.
비록 끝은 별루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전화위복은 되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직장을 들어가게 되었고 은행빚도 조금씩 조금씩 갚아나갔으니까요......
보리피리 2008.01.25. 18:37
함석지붕 아래 한 번이라도 살아 본 사람은 알지요.
비오는 날 빗방울이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를......

어렸을 적 잘 아는 어른 중에 약간 장난기가 있어 조금은 짓궂은 분이 계셨는데
5일장이 열리는 날 읍에 장보러 가기 위해 하루 두번 왕복하는 첫 버스를 타셨겠다.
아랫마을에서 빈지게님처럼 마음씨 좋게 생긴 친구분이 오르시자
"야 이 사람아 오랫만일세. 자넨 어디 가시는가?"
"요아래 볼일 좀 보러 가네."
"예끼 이 사람, 이불 아래 가야지 요 아래 가기는..."
"........?"

장에서 이런 저런 구경을 하던 중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 때 마음씨 좋은 친구분이 담뱃대 파는 가게에 가서 주인을 보고
"아저씨, 설대 하나 맞춰 주시오." 하자
짓궂은 이 어른이 그 친구분을 사정없이 끌고 간 곳이 바로 방앗간 양철지붕 추녀 밑이었다.
'설대'는 담뱃대 몸통인데, '설데' 즉 비 피할 곳으로 비유한 장난이다.

글을 읽으면서 문득 옛생각과 함께 그 어른이 생각났습니다.
지금 내 나이가 그 때 그 분보다 더 들었는데
시절이 다르다곤 하나 굳이 점잔을 빼기 보다는
그 시절 파격적인 장난꾸러기였던 그 어른의 해학과 철학처럼
우리 님들도 좀 더 즐겁게 웃고 살자고 해 본 이야기랍니다.
빈지게 글쓴이 2008.01.25. 23:51
유지니님!
정겹고 즐겁고도 가슴아픈 방앗간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계셨군요.ㅎㅎ
형님도 대단하신 분이십니다.
직접 잡은 미구라지로 끓인 추어탕
참 고소하고 맛있지요.ㅎㅎ
전화위복이 되셨다 하오니 다행이십니다.^^*
빈지게 글쓴이 2008.01.25. 23:53

보리피리님!
안녕하세요? 잘지내시죠??
재미있는 글 잘 읽엇습니다.ㅎㅎ
님께서도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날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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