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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카메라를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은?

공식 집계는 아니지만 김종세(56) 한국카메라박물관 관장이 챔피언일 가능성이 높다. 그가 모은 카메라는 자그마치 3000개다. 정확히 말하면 카메라 바디만 3000개다. 보통 고급인 수동 카메라는 본체 값 못잖게 아니 그 이상으로  렌즈값이 들어간다. 렌즈는 무려 6000개. 여기에 각종 카메라 관련 장비들만 또 6000개. 모두 합쳐 1만5000개다.

 

그는 평생 모은 카메라들을 공개하는 박물관까지 만들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한국카메라박물관(02-502-4123)을 최근 신축 개관했다.

이 한국카메라박물관 이전에 생긴 국내의 대표적인 카메라 박물관으로는 전남 나주 동신대 안에 있는 카메라박물관이 있다. 평생 카메라를 모은 이경모 선생이 동신대에 소장품을 증해 만들어진 박물관으로, 1500개 정도의 카메라를 소장했다. 그런데 한국카메라박물관은 일단 소장품 규모에서 이를 뛰어넘는다.

 

 

한국카메라박물관은 건물부터 카메라 렌즈 모양을 본떠 지었다. 경기도 과천 지하철 4호선 대공원으로 나오면 바로 박물관 건물이다.

건물 가운데 부분에 설치한 세 개의 판 조형물이 바로 렌즈의 단면도다. 렌즈 판이 3개니 3군 4매 구조의 렌즈다. 1930년대 독일 카를 자이스가 생산했던 헥토르 렌즈 단면도를 형상화한 것이다.

 

원래 이 박물관이 문을 연 것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물관은 2004년 서울 신림동에 처음 개관했다. 그러나 전용 건물이 아니고 일반 상가건물에다가 지하에 위치하는 바람에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그 뒤 김 관장이 다시 사재를 털어 아예 전용건물을 지어 지난달 드디어 제대로 문을 열었다. 

 

▲ 카메라 수집가로 박물관까지 세운 김종세 관장. 카메라 수집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건물은 아주 넓지는 않다. 1층과 2층이 전시장이고 3층은 사무실이다. 입장료는 어른 4000원, 어린이 2000원. 1층에서는 기획전을, 2층에서는 상설전시회를 열고 있다.

주 전시장은 카메라의 초기부터 199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주요 카메라를 전시한 2층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박물관들이 그렇듯 전시공간이 부족해 소장품의 일부만 전시하면서 조금씩 전시품을 바꾸는데, 카메라박물관도 현재 소장품의 10% 정도인 1500여점 정도를 전시중이다. 나머지 소장품들은 기획전 등으로 차차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장은 1층과 2층이다. 1층에선 신축 개관 기념으로 올해 연말까지 이색 카메라인 `스파이 카메라' 전시회를 열고 있다. 2층은 카메라를 발달 순서대로 10년 단위로 정리했다. 이 곳을 훑어보면 대충 카메라가 어떻게 변해갔는지 알 수 있다.

 

▲ 2층 전시장. 카메라를 10년 단위로 정리해 카메라 발달과정을 순서대-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김 관장은 어떻게 카메라를 모으게 됐고, 박물관까지 만들게 되었을까. 카메라에 대한 애정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이 놀라운 수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소장 규모가 놀랍습니다.

=개인 차원 박물관으로 이 정도 규모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이스트만코닥의 창업주 저택을 카메라 박물관으로 운영한다고 하는데 가보지는 못했어요. 남들이 말하기를 개인 차원으로는 아마 세계 최고 콜렉터일 것이라고들 합니다.

 

-외국에는 이런 카메라박물관이 많은가요.

=정확히는 모르는데, 많지는 않습니다. 박물관을 만들기전 6곳 정도를 방문해봤습니다. 보통 개인차원 박물관이어서 소장품이 400~600점 정도에요. 일본에는 카메라 박물관이 2곳이 있는데 하나는 아사히펜탁스 박물관이고 또 하나가 일본카메라박물관이죠. 그러나 그 규모는 아주 크지 않아요.

 

-어떻게 이렇게 카메라를 모으게 되었습니까.

=대부분의 카메라 수집가들이 라이카를 모아요. 저도 처음에는 라이카를 모았습니다. 그러다가 차이스-이콘 카메라로 바뀌었어요. 

 박물관을 만들어보자고 개인적으로 생각한 것은 지금부터 14년전인 1993년께였습니다. 그 뒤로는 박물관을 만들어야 하니까 종류를 한정하지 않고 고루 모았죠. 카메라 발달사에 기여한 모델, 기술적 변화를 보여주는 모델 위주로 정리하고 희귀모델들을 구했습니다.

 

-카메라 사랑이 정말 놀랍습니다..

=군을 제대한 뒤 처음을 내 카메라를 마련 한 뒤로 계속 사면 모으는 거죠. 수집을 위해 바꾼 적은 있어도 돈 받고 판 적은 없어요. 개인적으로 사진 작가활동을 했고, 카메라란 물건 자체를 사랑하니까. 카메라는 '공업예술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카메라는 가지고 계십니까.

=아사히펜탁스 K2였는데, 아쉽게도 잃어버렸어요. 처음에는 일본카메라를 모았는데 모으다보니 그 이전에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 고전 반열에 오른 독일카메라들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옮겨가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당시 차이스-이콘의 콘타플렉스 슈퍼 중고를 거금을 주고 샀어요. 그 뒤로 외국 나갈 때마다 독특한 카메라를 사오는 거죠.

 

-사재를 상당히 많이 들인 것 같은데, 가족들이 반대는 안했나요.

=설득했죠. 먹고 살 수 있는 정도 외의 것은 사회환원 의미도 있으니 박물관을 짓자고 했어요.  

 

-지금까지 카메라 수집과 박물관 건립에 들인 비용은 얼마나 됩니까.

=제가 원래 광고관련 회사를 운영했어요. 지금은 그만 두고 모든 것을 박물관 일만 전념하고 있지요. 총 들어간 돈은...밝혀도 될지 모르겠는데 한 40억원 정도 들어간 것 같아요.

 우선 박물관에 10억 정도의 예산을 들일 각오를 했어요. 그리고 5억원은 앞으로 계속 카메라를 구입할 예비비로 뒀습니다. 건물 신축에 15억여원이 들었고, 나머지 10억원 정도를 내가 죽어도 박물관이 운영되도록 종잣돈으로 배정했어요.

 

-카메라 외의 취미는 없으십니까.

=97년부터는 골프도 끊었어요. 골프 한번 안치면 카메라 한 대를 살 수 있으니까.(웃음)

 

-국내에는 마니아들이 적어 희귀 카메라 구입이 쉽지 않아보입니다.

=기획으로 특별전시회를 하게 되면 주제에 맞는 카메라를 구해야 되요. 외국에서 저를 대신해서 카메라를 사줄 지인들을 활용합니다. 그리고 크리스티 등 주요 경매사를 자주 이용하구요.

 

-그렇게 숨어 있는 옛날 카메라를 구하는 요령이라도 있습니까.

=고급 카메라는 그 카메라가 나올 당시 잘 살았던 나라들에 많이 남아 있어요. 옛날 부자나라들이죠. 20세기 초반 잘 살았던 나라인 영국, 그리고 아르헨티나 등에 많아요. 그런 나라들을 잘 뒤져야 합니다.

 

-아직도 모을 것이 많이 남았습니까.

=가격이 억대를 넘거나 정말 희귀해서 돈이 있어도 매물이 안나와 못사는 일부를 빼면 누구나 인정하는 주요모델은 거의 90% 정도 모았다고 자부합니다.

 

-현재 박물관이 소장한 카메라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은 뭡니까.

=1850년대 카메라에요. 한 5000만원 정도로 예상합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수집하지 않으십니까.

=고민이긴 한데, 앞으로는 주요 모델별로 수집을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디카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오히려 필름카메라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카와 필카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필카는 앞서 말했듯 공업예술품입니다. 디자인과 만듦새가 아름답죠. 그리고 누구나 말하듯 어른들을 위한 최고의 장난감입니다. 요즘 디카가 편하지만 필카처럼 은근하고 지속적인 매력을 갖추지 못한 것은 그 원리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디지털은 사람으로 하여금 기계의 시킴을 당하는 느낌을 줘요. 필름 카메라는 사람이 주체가 되어 기계를 부리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필카를 다루는 맛에 빠져드는 거죠.

 

[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

 

▲ 카메라의 원조 카메라 옵스큐라. 왼쪽 막대기 모양은 카메라 루시다. 1800년대 독일서 만든 교재다.

 

▲ 1850년대 다게레오타입 카메라

 

▲ 1900년대 프랑스 시그리스테 카메라. 나무통을 앞뒤로 조절해 찍는다. 놀랍게도 2500분의 1초까지 조절 가능하다.

 

▲ 1925년 나온 라이카 1A. 위에 막대기 처럼 달린 레인지파인더로 거리를 측정한 뒤 렌즈를 조절해 찍는 목측식이다. 작고 휴대하기 좋아 당시 인기가 좋았다.

 

▲ 라이카 1C 금도금 복제품. 1930년대 제품.

 

▲ 라이카 3A. 1938년부터 1950년까지 생산된 인기 모델.

 

▲ 라이카 3C. 1940~45년 생산.

 

▲ 희귀모델 라이카 250 리포터. 1933~55년 9백여대만 생산.

 

▲ 라이카 M4. 1967~1975년.

 

▲ 라이카 M4-2. 1955년.

 

▲ 라이카 M6. 1995년 타이 푸미폰 국왕 즉위 기념 모델로 500대 한정생산품.

 

▲ 니콘 FA 금장모델. 1984년.

 

▲ 니콘 F 마지막 모델. 이탈리아 수집가가 금도금한 것.

 

▲ 롤라이 35. 75주년 기념 금장모델.

 

▲ 롤라이 35 TQZ. 포르쉐 디자인, 1997년. 삼성항공이 롤라이를 인수해 생산한 모델.

 

▲ 롤라이 A110. 1974~80년.

 

▲ 차이스-이콘 콘타플렉스, 1935년.

 

▲ 1930년대 콤파스. 독일에 주도권을 빼앗긴 영국이 최고의 카메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개발했으나 사용이 불편한 이유로 성공 못했다. 수집가들의 인기 품목.

 

▲ 스웨덴의 자존심이 된 카메라 회사 핫셀블라드의 1600F. 1948년.

 

▲ 1935년 독일.

 

▲ 귀여운 카메라 펜탁스 오토110. 1970년대 히트작.

 

▲ 1937년, 독일.

 

▲ 콘탁스3. 1936~1942년.

 

▲ 코닥의 대표 브랜드 레티나 118타입. 작고 가벼워 인기가 좋아 대량 생산한 모델.

  원문 보기: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45021.html
댓글
2008.02.22 12:15:57 (*.202.143.216)
Ador
카메라 수집에
평생을, 수십억원 들인 김종세관장에게는 경외감마저 듭니다.
이러한 분이 계시기에, 우리나라는 살만한 곳이라는 어줍지않은 마음을 갖어 봅니다~
댓글
2008.02.22 17:03:15 (*.126.67.196)
尹敏淑
아도르님!!

어젠 동우회 정기촬영일이라
아산으로 가서 남보다 먼저
봄을 느끼고 오느라
님이 올리신 카메라에 관한글을
이제서야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카메라 수집에 평생을 바친
김종세 관장님께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지만
이렇게 정보를 올려주신
아도르님의 성의에도 놀랍습니다.
그리구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2008.02.22 18:15:11 (*.234.128.69)
반글라
1편, 2편에 이어 3편까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3편은 카메라의 종류를
수집하여 전시장까지 상세히 나열되어
모습이 카메라의 역사를 한몸에 읽어
배워가는 느낌입니다.
댓글
2008.02.23 00:49:31 (*.235.113.46)
보리피리
나는 보면서 갖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수양이 부족해 마음을 비우지 못한 탓이겠지요.
좋은 정보로 깨우쳐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댓글
2008.02.24 10:52:30 (*.202.143.216)
Ador
반갑습니다~
이제는, 조금 색다른 것을 보면, 으례히
옮겨와 올려지는 마음입니다.

옛날, 5일장터에서 우리의 어머니가
드시고 싶어도 아이들 몫으로 참으며 사오시던 풀빵 그것처럼
우리의 오작교로 옮겨와야한다는 강박관념까지.....?

이렇게 따뜻이 맞아 주시는 님들이 계시기에랍니다~ㅎㅎㅎㅎ
모두ㅡ 즐거운 휴일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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