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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헤진 부산항!

슬기난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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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프게 이별한 스틱에게 고함! 維歲次(유세차) 戊子년 삼월 엿새 지리산꾼 슬기난은 주인 잘못 만나 만리타향 부산에서 울고 있을 정든 스틱에게 告하노라. 등산용품 어느 것 하나 중요치 않은 것 있으랴 만은 등산의 기본은 걸음이라 그것을 지탱해주는 막중한 역할을 하는 너와의 뜻밖의 이별에 섭섭하고 또 섭섭함을 이루 말할 수가 있겠느냐! 내 산을 알고 지리를 알아감에 너의 중요성에 눈떠서 너와의 만남 이전에 鐵로 만들어진 무거운 스틱을 애용하였는바 이름도 선명한 Leki라고 찍힌 신소재로 만들어진 가볍고 튼튼한 너를 보고 한눈에 반하여 친구가 된지 어언 수년, 이별의 인사도 못하고 헤어짐에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길 없는 험한 곳을 홀로 헤치고 다닐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이틀 밤낮을 지리산 무박 태극종주 한답시고 걸을 때 네가 있어 그 긴 여정을 무사히 마무리 할 수가 있었지. 네가 이렇게 귀중한 줄 모르고 험하게 다루어 몸에는 생채기투성이고 바위사이에 빠진 네 몸에 무리한 하중을 실어 등이 휘기도 하며 못 살게 굴어 새삼 마음에 걸리는구나! 어쩌다 산에 빠져 무리하게 다니다 무릎 관절에 이상이 생겨 먼산바라기만 하고 있는 분들을 볼 때마다 새삼 너에 대한 고마움에 감사를 하곤 했지. 아깝다 스틱이여. 그날 마지막 뒤풀이 후 다시 한 번 뒤돌아보았으면 이렇게 아픈 이별이 없었을 것을 내 불찰이 큰 탓이로다. 유한한 인생인지라 내 너와 언제까지 같이 할지 기약은 못하였지만 그래도 상처 난 네 몸을 잘 보살펴 오래오래 같이 하리라 하였으나 정든 너를 떠나보내고 난 내 마음이 이리도 쓰리더냐! 지금까지 소식 없어 내 너를 찾아 먼 부산까지 갈 형편은 못되고 비록 낡고 닳았지만 너의 소중함을 아는 분의 눈에 띄어 새로운 사랑을 받으면 이 서운함이 조금이라도 가시겠구나! 오호 통재라, 우리의 인연이 여기까지이니 그동안 고마웠다고 다시 한 번 불러보마! Leki 스틱아!!! * 산불방지 국립공원 출입금지기간이라 부산 금정산 산행을 하였는데 왁자지껄한 뒤풀이의 영향으로 깜박 잊고 온 손때 묻은 지팡이 생각에 끄적거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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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 2008.03.06. 21:56
현대판 조침문을 대하는 듯합니다~ㅎㅎㅎㅎ
그러셨군요~ 정이 들대로 들은 분신......
이곳에서는 처음 뵙는 것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그라고, 잘 보았습니다.
새매기뜰 2008.03.09. 15:09
하찮한 물건 이라도 손때묻은 물건인데...정이 많으신 분 입니다
슬기난 글쓴이 2008.03.09. 23:32
Ador님, 비록 하찮은 물건이지만 산행때는 꼭 필요하고 손때 묻은
정이 들어 어찌 서운하던지요^^*
출입 한지는 제법 되어가지만 솜씨도 없는데다가 쟁쟁하신 분들이
계시어 주눅이 들어 주로 눈팅만 하였습니다.


새매기뜰님, 좋은 글 즐감하고 있습니다.
마음 수련하는 친구가 마음을 비우라고 충고를 합니다만
그래도 서운하기는 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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