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바람과해
2011.02.19 11:06:16 (*.159.49.66)
2150

어머니와 10만원

나는

서해의 작고 후미진 섬에서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자랐습니다.

어느날 고깃배와 함께 파도에 떠밀려간

아버지.....

아버지를 앗아간 몹쓸 바다를

끝내 떠나지 못하고 김양식장에서 온종일

짠물에 시린손을 담근 채

살아온 어머니!

"호....호오 손 시려라...."

어머니는 한 장 두 장 백 장 이백 장

김을 만들어 나와 어린 동생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셨습니다.

 

 

"어휴....어짠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집안 형편은

기울대로 기울었고 나는 고등학교 합격통지서를

차마 어머니께 보여드리지 못해 몇날 며칠을

끙끙 앓고만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가려면 육지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무리라고 판단해 버린 것입니다.

학교도 못 가고 좁아터진 섬구석에

틀어박혀 젊은 날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치밀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어두어져서야 집으로 돌아온 나는

뜻밖의 장면에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니가 명절이나 돼야

한번 차릴까말까한 진수성찬을

차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이구 내 아들, 잘혔다... 잘혔어."

"예? 뭘 잘해요?"

"형 ... 축하해?"

"넌 또 뭘 축하해?"

"아야, 아까 선상님이 댕겨 가셨다.가만 있어봐라."

그랬구나! 그랬어...

 

내가 겨우 사태를 파악하고 표정을 수습하는 사이,

어머니는 부엌구석에 쌓아둔 장작더미에

손을 넣고 한참을 휘저으시더니

비닐에 꽁꽁 싸인 것을

꺼내셨습니다.

"사내 자슥은 배워야지. 아무 걱정 말고 핵교 가거라."

비닐봉지 속엔 김을 팔아 모은 돈

10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부자의 억만금보다 크고 귀한  돈....

"니 등록금 할라고 모은겨."

"엄마....."

세월이 흘러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나는

지금도 장작더미 속에서 꺼낸

어머니의 그 짠내 나는 돈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행복한 세상===

댓글
2011.02.19 20:19:14 (*.184.73.20)
바닷가

내내 찐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글
2011.02.20 10:45:19 (*.159.49.66)
바람과해

바닷가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즐거우시고 행복하세요..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95008   2022-04-26 2022-04-26 17:0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106093   2014-12-04 2021-02-04 13:4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122819   2014-01-22 2021-02-04 13:5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23411   2013-06-27 2015-07-12 17:04
4212 웃어면 복이와요 귀하신 작품 옮겨 왔습니다 2
바람과해
3995   2011-03-08 2011-03-20 17:15
 
4211 플라스틱 용기사용상 주의 6
바람과해
3848   2011-03-08 2012-04-04 00:06
 
4210 박정희 전대통령의 명언 4
바람과해
4085   2011-03-07 2011-03-12 17:10
 
4209 세상에서 가장강한 어머니 4
청풍명월
3961   2011-03-07 2011-03-07 23:45
 
4208 부인이 39명으로 세계 최대의 가족을 가진 인도 남자 2
바람과해
3751   2011-03-06 2011-03-07 10:55
 
4207 꽃 바람 타고 오소서/글그림-雲谷강장원
운곡
3304   2011-03-05 2011-03-05 10:52
 
4206 집 안에 노인이 없거든 빌리라 2
바람과해
2959   2011-03-02 2011-03-07 10:50
 
4205 어느 대학교 졸업 식장에서 ♧ 1
바람과해
3206   2011-03-02 2011-03-07 10:26
 
4204 후회 없는 아름다운 삶 1
바람과해
2258   2011-02-28 2011-03-07 10:24
 
4203 봄의 연가/글그림-雲谷강장원
운곡
2185   2011-02-27 2011-02-27 16:20
 
4202 이퇴계와 두향의 슬픈 로멘스
바람과해
3439   2011-02-27 2011-02-27 10:05
 
4201 봄 소 식-----박춘석 1
청풍명월
2208   2011-02-27 2011-02-27 10:37
 
4200 잔듸 대신 보리를 심은 정주영
바람과해
3466   2011-02-23 2011-02-23 17:15
 
4199 막 걸 리-----김효태 file
청풍명월
3291   2011-02-20 2011-02-21 08:04
 
4198 아낌없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바람과해
2223   2011-02-20 2011-02-20 10:50
 
어머니와 10만원 2
바람과해
2150   2011-02-19 2011-02-20 10:45
어머니와 10만원 나는 서해의 작고 후미진 섬에서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자랐습니다. 어느날 고깃배와 함께 파도에 떠밀려간 아버지..... 아버지를 앗아간 몹쓸 바다를 끝내 떠나지 못하고 김양식장에서 온종일 짠물에 시린손을 담근 채 살아온 어머니! "호......  
4196 꽃샘추위에/雲谷강장원
운곡
2144   2011-02-16 2011-02-16 00:49
 
4195 꽃 피는 봄이 오면
바람과해
2223   2011-02-14 2011-02-14 23:47
 
4194 사랑해요 아버님 (감동글) 7
청풍명월
2655   2011-02-12 2011-02-14 18:32
 
4193 겨울이 날려가도/雲谷강장원
운곡
2426   2011-02-10 2011-02-10 15:37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