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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고향6/이시영
-초설 初雪
내 마음의 고향은 이제
참새떼 왁자히 내려앉는 대숲마을의
노오란 초가을의 초가지붕에 있지 아니하고
내 마음의 고향은 이제
토란 잎에 후두둑 빗방울 스치고 가는
여름날의 고요 적막한 뒤란에 있지 아니하고
내 마음의 고향은 이제
추수 끝난 빈 들판을 쿵쿵 울리며 가는
서늘한 뜨거운 기적소리에 있지 아니하고
내 마음의 고향은 이제
빈 들길을 걸어 걸어 흰옷자락 날리며
서울로 가는 순이누나의 파르라한 옷고름에 있지
아니하고
내 마음의 고향은 이제
아늑한 상큼한 짚벼늘에 파묻혀
나를 부르는 소리도 잊어 버린 채
까닭 모를 굵은 눈물 흘리던 그 어린 저녁 무렵에도 있지
아니하고
내 마음의 마음의 고향은
싸락눈 홀로 이마에 받으며
내가 그 어둑한 신작로 길로 나섰을 때 끝났다
눈 위로 막 얼어붙기 시작한
작디작은 수레바퀴 자국을 뒤에 남기며
내 고향은 고향을 떠나와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살고있는
모습으로 다가왔군요.
문명의 이기를 취하게 되면서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생각해 봅니다.
빈지게님이 올려주신 고운 글에 머물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