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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나무>
숲에서 쓰는 편지 /이해인
1
기다리다 못해
내가 포기하고 싶었던 희망
힘들고 두려워
다신 시작하지 않으리라
포기했던 사랑
신록의 숲에서
나는 다시 찾고 있네
순결한 웃음으로
멈추지 않는 사랑으로
신과 하나 되고 싶던
여기 초록빛 잎새 하나
어느 날 열매로 익어 떨어질
초록빛 그리움 하나
2
꽃과 이별한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가며 행복한
나무들의 숨은 힘
뿌리깊은 외로움을 견디어냈기에
더욱 높이 뻗어 가는 눈부신 생명이여
신록의 숲에 오면
우린 모두 말없는
초록의 사람들이 되네
사랑이 깊을수록
침묵하는 이유를
나무에게 물으며
말없음표 가득한
한 장의 편지를
그대에게 쓰고 싶네
어느새 숲으로 따라와
모든 눈물과 어둠을 말려주는
고마운 햇빛이여
잃었던 노래를 다시 찾은 나는
나무 같은 그대의 음성을
나무 옆에서 듣네
꽃에 가려져도 주눅들지 않고
늘 당당한 신록의 잎새들
잎새처럼 싱그러운 사랑을
우리도 마침내
삶의 가지 끝에
피워 올려야 한다고...
이봄, 세상이 모두 우울에 전염되어 있는데
오늘, 희망과 용기를 퍼뜨리려고 이해인님의 글을 올려주셨군요~ㅎㅎㅎ
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