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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4,852
2009.06.19 08:44:18 (*.45.106.29)
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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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캐는 날 / 우먼

아들 녀석과 친구들이 일을 거듭니다. 녀석들이 제법 일을 잘 합니다. 감자 줄기를 뽑을 때마다 주렁주렁 감자가 따라 올라오네요. 배 불룩한 이랑에서는 매끈하고 덩실한 감자가 나옵니다. 그럴 때마다 "그것 참! 그놈 잘 생겼다.”라고 말하면 아들 녀석들이 히죽히죽 웃습니다.

이 때, 친정엄마가 한 말씀 더 보탭니다.

"아들들, 이렇게 크고 토실한 잘 생긴 감자를 얻으려면 옥토이어야 헌다."
"모름지기 니그들도 좋은 짝을 만나야 이쁘고 잘 생긴 새끼를 얻을 수 있는 것이여!"
"씨가 부실혀도 안되고, 땅이 허술혀도 안 되야, 둘다 좋아야 허는벱이여"
"니그들도 좋은 씨 시물라믄 정신 차리고 공부혀"
"그래야 이 감자처럼 떡 두꺼비 같은 새끼들 볼것잉께"
"아무데나 힘쓰지 말고.. 알았는가. 핵교공부 신나게 허고..."

녀석들이 처음엔 무슨 말인가 허더니 얼굴이 빨개집니다.

올 해는 감자 값이 좋다고 합니다. 막걸리 잔 돌리는 어르신들의 손등이 고래심줄입니다. 고집처럼 질긴 인연은 그들의 자연입니다. 흙을 닮았습니다. 검게 그을린 잿빛 얼굴에서 벌건 웃음입니다.
댓글
2009.06.19 08:47:32 (*.45.106.29)
우먼
오랫만에 인사 드립니다.
가끔씩 들러 인사 올려야 하는데... 게을러서 ㅎㅎㅎ

멋진 여름 되십시요.
댓글
2009.06.19 13:40:53 (*.27.111.109)
고이민현
이야기 한줄 한줄마다 향긋한 흙내움이 묻어나고
이랑마다 올라오는 감자 내움이 코끝을 벌렁이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삶은감자가 목구멍을 간지럽힙니다.
아무렴 이 다음에 실한 감자를 얻으려면 공부 해야제 !
댓글
2009.06.22 21:12:06 (*.202.140.138)
Ador
ㅎㅎㅎ 어머님이 하시는 말씀이
면 전에서 하시듯 살갑습니다~

그렇지요, 어디 종자만이겠습니까.....
세상사 모두 그러하거늘.....

어머님의 투박한 표현이지만 지혜를 배웁니다.
오래만에 뵙네요~ 우먼님~~
반갑습니다. 건강하세요~
댓글
2009.06.23 23:08:53 (*.87.197.224)
빈지게

우먼님!!
친정 어머님과 함께 아들을 데리고 정겹
게 감자를 캐면서 어머님게서 하시는 말
씀이 정말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내용
인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글 가슴속에 새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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