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2009.07.19 06:15:06 (*.121.140.97)
983
10 / 0

비는 구질거리게 내리고 데릴러 온다는 선배를 기다리며

앉아있으려니 얼마전 조카의 기발한 한 마디에

배 아프게 웃던 기억이 떠올라 이 글을 씁니다.



먼 곳에 사는 친척 조카가 하나 있습니다.

얼마전 그 조카녀석의 외할머님이 저승 여행을 가셔서

화장이 아닌 매장으로 장례를 모셨습니다.

슬프긴 해도 오랜 투병끝이라서 편히 가시는 길이 그렇게

서럽지만은 않았습니다.



삼우제를 지내고 어느덧 3개월이 훨씬 지났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섯살된 이 조카녀석 때문에 저는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습니다.

완전 기절 직전까지...

정말 간만에 웃어 본 날이었습니다.



"할머니 어디 가신 줄 아니?"

별 뜻없이 물었는데 막힘없이 조카의 입에서 나오던 말,

"응..."

"그래? 어디 가셨는데?"

"할머니, 산에다 심었잖아"

"엥? 뭐라고?"

"할머니 산에다 심었으니까 이제 나무로 자랄거야"

오, 마이 갓~



매장하는 걸 본 이 녀석은 죽음의 의미를 모르니 할머니를

산에 심은 것으로 알고 있었나 봅니다.

처음엔 웃다가, 눈물이 나도록 웃다가 점점 기분이 묘했습니다.

조카녀석 말대로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구요.



할머니를 산에 심었으니 녀석에겐 할머니가 늘 함께 할 것입니다.

슬프다고, 이젠 끝이라며 울부짖던 사람들을 까만 눈으로 바라보던

어린 조카녀석은 환한 미소를 날리며 할머니가 심어진 묘 주변을

뛰어 다녔으니까 말입니다.



댓글
2009.07.19 07:36:20 (*.27.111.109)
고이민현
매장, 화장, 수목장, 수장, 천장, 미이라 등등
사람이 이 세상을 하직하면 기리는 방법도
가지 가지이나 내 마음속 깊이 심어 놓는
心葬(?)이 어떨런지요.

어린 조카의 천진한 마음을 어른들도 헤아려 보았으면.......
댓글
2009.07.20 12:03:05 (*.126.202.81)
허정
귀한 글,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댓글
2009.07.28 09:49:08 (*.43.215.82)
Ador
역시.....
고이민현님이십니다.

가슴에 묻어야 한다는 님의 말씀이
어린 조카의 순수한 눈이 상큼합니다.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75966   2022-04-26 2022-04-26 17:0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86742   2014-12-04 2021-02-04 13:4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103389   2014-01-22 2021-02-04 13:5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04084   2013-06-27 2015-07-12 17:04
찔레꽃 피는 계절 (2)
바람과해
2010.06.13
조회 수 2569
대~한 민 국...
유지니
2010.06.12
조회 수 1861
알아두면 좋은 몇가지~
데보라
2010.06.12
조회 수 1709
휴대폰 긴급 충전 (6)
바람과해
2010.06.12
조회 수 2782
하루는 짧은 인생 (2)
바람과해
2010.06.11
조회 수 2038
고사성어 모음 (1)
오작교
2010.06.11
조회 수 21130
추천 수 2
우리는 이렇게 살아 왔습니다 (4)
청풍명월
2010.06.10
조회 수 2483
이겨서 손해 보는 싸움 (4)
데보라
2010.06.09
조회 수 2867
감동의 연주 (5)
청풍명월
2010.06.08
조회 수 2524
나들이~ (5)
데보라
2010.06.04
조회 수 2005
왕비병이 심한 엄마 ^^* (2)
데보라
2010.06.02
조회 수 2239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2)
데보라
2010.06.01
조회 수 2684
조회 수 3056
과일을 알고 먹자. (3)
바람과해
2010.05.30
조회 수 2135
토요편지/.....대박과 쪽박 (6)
데보라
2010.05.29
조회 수 2068
긴급정보 (6)
바람과해
2010.05.23
조회 수 2009
일출처럼 노을처럼 (2)
바람과해
2010.05.18
조회 수 2487
조회 수 2880
빈 잔의 자유 (2)
바람과해
2010.05.10
조회 수 1986
엄마의 벼개 (2)
바람과해
2010.05.09
조회 수 2267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