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2009.07.25 10:23:23 (*.126.202.81)
1146
13 / 0

저녁에 집엘 들어오다 보면 복도부터 음식냄새가 날 심란하게 한다.
집안에 들어와 베란다 문을 열어젖히고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고...
할 일을 다 하고 책상앞에 앉아 있노라면 솔솔~ 코끝을 파고드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냄새가 문득 날 서럽게 한다.

우리집에서 이런 냄새를 맡아본지가 언제이던가.
사용하지 않아 물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말라버린 씽크대,
냉장고안엔 생수병만 그득하다.
어울리며 살아야 하는데...
지지고 볶으면서 우당탕 큰 소리도 내고
그래야 사는 맛이 나는데...

이건 뭐 절간보다 더 조용하고 가라앉아 있으니 내가 살겠냐고...ㅠㅠ
우리집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의도적으로 크게 틀어놓은 음악소리뿐 이다.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랑 샤워할 때 나는 물소리가 전부다.
내가 입열지 않으면 기침이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집은 그야말로 죽은 집이다.

그래서 난 늘 밖으로 도는 버릇이 있다.
혼자가 되는 순간이 두려워 사람들과의 헤어짐을 아쉬워 한다.
엊그제는 북적대는 포차에서 술 한 병을 비우고 일어섰다.
남들은 떠들고 때론 큰 소리로 다투기도 하면서 어울릴 때
난 시간을 죽이는 힘든 실갱이를 하며 바닥도 보지 못하고 일어서
그 자리를 도망치듯 나오고 말았다.

이젠 절대 혼자 술집을 찾지 않겠노라 생각하며
올려다 본 하늘이 너무 높고 슬펐다.
낮엔 파랗던 하늘이 밤엔 암흑으로 내 머리위에 있었다.
이제 가끔은 하늘도 올려다 보면서 살아야지.
내게도 하늘은 남들에게 있는 것 처럼 늘 있었던 것을 잊고 살았다.

누구집인지 가족이 아직 다 안 모였나?
김치찌개냄새는 여전히 나네.



댓글
2009.07.28 09:44:20 (*.43.215.82)
Ador
..... 홀로 사는 즐거움도 찾아지기를 바랍니다.
김치, 된장찌개도 끓이시면서요~~
댓글
2009.07.30 08:32:02 (*.121.140.97)
허정
지나치지 않고 어루만져 주심을 잊지않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2022-04-26 70077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2014-12-04 80855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2014-01-22 97567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2013-06-27 98168  
3792 봄날 같은 사람 9
데보라
2009-08-18 1150 6
3791 바람과 파도 5
동행
2009-08-15 1172 10
3790 복땜 하세요......^^* 7
별빛사이
2009-08-13 1536 7
3789 내 어머니 2
허정
2009-08-11 1076 7
3788 진한 녹빛세상 입맞춤 하리 4
동행
2009-08-10 1078 7
3787 이런 사실을 아세요? 5
장길산
2009-08-02 1226 12
3786 6주기에 즈음하여 5
허정
2009-07-30 1066 13
3785 슬픔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8
동행
2009-07-29 1192 9
3784 * 광고에 쓰인, "비비디 바비디부"...가 무얼까? 11
Ador
2009-07-28 1255 10
3783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4
장길산
2009-07-27 960 11
3782 어머니 5
허정
2009-07-26 1203 10
내겐 너무 고통스러운 외로움 2
허정
2009-07-25 1146 13
3780 수박화채 드세요 4
별빛사이
2009-07-23 1140 13
3779 산에 심은 할머니 3
허정
2009-07-19 964 10
3778 당신이었듯이... 3
장길산
2009-07-14 1206 15
3777 새롭게 태어나고 싶은... 2
허정
2009-07-13 1186 16
3776 들은 이야기라도 다 말하지 말라! 2
장길산
2009-07-13 1117 12
3775 잘 가요, 당신... 7
허정
2009-07-11 1522 14
3774 남부지방에 비피해 소식이 전해옵니다.... 7
별빛사이
2009-07-07 1153 15
3773 인간관계와 통증 4
말코
2009-07-04 1232 12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