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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에게 회초리 맞은 선비 이야기

홍우원(洪宇遠)이 젊을 때

어느 시골길을 가다가 날이 어두워지자 어떤 집에 들어가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다.

그러자 늙은 집주인이 말하기를

"사실은 저의 부친 제사가 오늘 저녁인데, 제사를 모시러 부인과 함께

형님 댁에 가야 함으로 혼자된 과수 며느리가 홀로 집에 있게 되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하고하소연 했다.

홍우원은

염려 말고 다녀오시라고 당부를 하자, 그 노인들은

홍우원의 행색이나 모든것을 보아하니그리 막되어 먹은 사람은 아닐 것임을

미루어 알아차리고는 홍우원에게 집을 맡기고 자기 아버지 제사를

지내려고 집을 떠났던 것이다.

그날 밤,

외딴 초가집에는 길손인 홍우원과 며느리 둘만이 단칸방에 남아

밤을 지새우는데 ,

홍우원이 보아하니,

젊은 며느리는 외간 남자와 같은 방에서 지내자니 어색하여

밤새워 물레를 돌리며 앉아서 밤을 지새울 모양이었다.

홍우원은

윗목에 누워 자다가 은밀히 딴생각이 일어 뒤척이는 척하고

다리를 여인의 무릅에 올려놓았다.

여인은 잠결에 그러는 줄 알고 조용히 다리를 내려놓고

물레를 돌리고 있는데,

잠시 후에 또다시 다리를 자기 무릎 위에 올려놓자,

여인은

남자가 이상한 생각을 품고 있음을 알고는

남자를 흔들어 깨우고나서

엄한 목소리로 매섭게 질책했다.

"사람의 도리를

알 것 같은 분이 어찌 이런 행실을 보이십니까?

저의 시부모님이

손님을 믿고집을 부탁까지 하셨는데,

불량한 마음을 품고 이러시는 것은

올바른 행동이 아니올습니다.

이는 마땅히

종아리를 맞아야 할 일이니 나가서 회초리를

가져오시오!"

홍우원은

단정하게 앉아 훈계를 하는 여인의 행동이 추호도 어긋남이 없고

흐트러진 모습이 전혀 없음에 오히려 자기의 행동이

부끄럽기도 하여 여인의 말대로

밖에 나가 회초리를 만들어 가지고 들어왔다.

회초리를 건네받은 여인은

홍우원의 종아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그런일이 있은 후

, 얼마 후에 또 어느 지방을 지나다가 날이 저물어

어떤 집에 하룻밤 묵게 되었는데

그 집은 젊은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

그런데,그날 저녁 집주인인 젊은 남편이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 먼 길을 떠나야 한다면서

자기 마누라를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하고는 집을 떠나 버렸다.

밤이 되어 홍우원은

그 집 젊은 부인과 한방에서 자게 되었는데

아랫목에서는 여인이, 윗목에서는

홍우원이 자고 있었다.

홍우원은

지난번 어떤 집에서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젊은 부인에게 호되게 회초리를맞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조신하게 잠을 청하기로 하고 침수에 들었다.

밤이 깊어지자

여인이 일어나서 손님이 춥겠다면서 아랫목으로 내려오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홍우원은 괜찮다며 정중히 거절하고 그냥

잠을 청했다.

그러나 여인은

은근하게 남자를 유혹하면서 콧소리를 하면서

유혹했다.

홍우원은

전에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밤중에 회초리를 맞은 생각을 하고는

여인의 유혹에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 여인은 앵도라져 말하기를,

"허우대는 멀정한데 남자구실을 하지 못하는 병신 같으니....

세상에 사내가 너 뿐이더냐?" 하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여인이 나간지

얼마 후에 다른 사내를 데리고 들어와서는 질펀히게

욕정을 태우는 것이었다.

그때 갑자기,

먼 길을 떠난다고 하고 집을 나갔던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그동안 의심이 가던차에 오늘 이 같은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면서

정을 통하던 남녀를 칼로 찔러 죽이고 말았다.

그리고 난 후,

그 남편은 윗목에서 자고 있는 홍우원에게 말하기를 ,

"손님께서는  참으로 올곧은 분이십니다.

마누라의 행실이 하도 나빠

오늘밤에는 그년의 행실을 시험해 보기위해 먼 길을 간다고 했는데

자기가 생각했던 대로 마누라의 행실이 바르지 못하여

격분한 나머지 살인까지 하였다"하고

사실을 솔찍하게 털어 놓았던 것이다.

날이 새자, 그 집을 떠나온 홍우원이

산마루에 올라 자기가 떠나온 집을 내려다 보니 그 집에서

불길이 솟으며 타고 있었다.

 

홍우원(洪宇遠)은

조선 숙종때 문신으로 자는 군징(君懲), 호는 남파(南坡)다.

검열, 주서,정자, 예안현감 등을 역임했으나,

말년에는 허적(許積)의 역모사건에 연루되어

문천으로 유배되어 그곳에서 세상을 떴다.

그의 저서로는 남파집(南坡集)이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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