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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해
2013.03.04 06:20:29 (*.159.49.60)
1433

Pro.jpg

       

                            

                               아버지의 약속

 

 

    1989 진도 8의 강진이 도시를 뒤흔들었습니다.

    불과 4분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3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도시는 한순간에 폐허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뿌연 흙먼지 사이로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서로를 찾아 헤매는

    목소리가 뒤섞여 도시는 마치 지옥을

    옮겨놓은 듯했습니다.

 

    이런 대 혼란 속에서 한 아버지가 무너진 학교 건물 더미를

    미친듯이 헤매고 있었습니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높게 솟아

    있던 학교 건물은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처참하게 무너져 거의 평지로 변했습니다.

    너무나 처참한 광경 앞에 아버지는 아들에게 한 약속을

    떠올리며 가슴을 치고 있었습니다.

 

    "아들아,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너를 지켜줄 거야."

    아버지의 눈에선  뜨거운 눈물을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무너져 버린 건물 잔해가 너무나 원망스럽게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원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 교실이

    어디쯤인지 가늠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으로 달려가

    부서진 벽돌 사이에서 아들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런 장비도 없었으므로 그는 맨손으로 흩어진 돌더미를

    파헤쳤습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다 소용없는 일이에요. 돌아가세요."

    소방대원이 아버지에게 물러서라고 했습니다.

    "언제 폭발이 생길지 모르니 여기에 계시면 위험합니다.

    어서 돌아가십시오."

 

    그러나 아버지는 맨손으로 땅을 파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그를 말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지 저마다의 일

    로 돌아갔습니다. 하루, 이틀이 지났습니다.

    아버지의 손에선 붉은피가 흘러나왔습니다.

    며칠 동안 쉬지 못한얼굴엔 흙먼지가 가득했고 입술은

    바짝 타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땅을 파는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땅을 파며 계속해서 아들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아들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아빠!"라고 대답하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았습니다.

 

    또 며칠이 지났습니다. 이제 현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흩어진 시신을 수습하는 구급대원

    들로 대지진의 현장에서 살아 있는 사람이 있으리란 희망은

    꺼진 지 오래였습니다. 며칠간의 밤샘으로 의식마저 혼미해진

    아버지는 그러나 땅에 엎드린 채로 땅 파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이따금,구급대원들이 아버지의 머리맡에 물 한 병을두고갔지만

    아버지를 말리지는 않았습니다.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들아, 미안하다. 아빠가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구나.

    어찌하면 좋을지 네가 있었다면 현명한 방법을 말해주었을 텐데,

    아만, 나의 아들.......,"

 

    아버지의 손이 거의 멈추어갈 무렵, 아버지의 머리맡에 놓여

    있던 물병이 넘어지며 물이 졸졸 흘러내렸습니다.

    물은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로 계속해서 흘러내렸습니다.

    그때,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것은 분명 누군가를 부르는 사람의 목소리였습니다.

    아버지는 정신이 번쩍 들어 소리쳤습니다.

    "아만! 아만!"

 

    그러자 거짓말처럼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세요? 아버지! 제가 다른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아버지가 살아계시면 반드시 저를 구하러 올 거라고요. 그리고

    내가 구출된다면 너희들도 구출될 거라고요. 아버지가

    약속하셨잖아요. 아버지!"

 

    아버지는 기쁨에 들떠 소리쳤습니다.

    "괜찮은 거니? 괜찮은 거야?"

    "여기 33명이 있어요. 우리 중에 14명은 살아 있어요.

    아버지 무서워요 . 갈증나고 배가 고파요 .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계셔서 다행이에요 . 교실이 무너질때 작은 굴이 생겨서

    살 수 있었어요."

 

    어느새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서 "와!"하는 함성이 울려 퍼졌

    습니다. 옆사람을 껴안고 겅중겅중  뛰는 사람, 한바탕 눈물을 

    흘리는 사람, 무너진 잔해를 들어올리는 사람으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처럼 변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버지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고맙다 . 아들아. 약속을 지키는 아버지가 될 수 있게 해주어서.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어서 너의 손을 잡아보고 싶구나.".....

    "아들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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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13.03.04 22:32:30 (*.218.139.90)
알베르또

아! 그랬군요.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하는데 그쵸?

끝까지라는게 뭔지 아시죠?

죽을 때까지.

나 죽을 때까지도 물론이거니와 내 사랑하는 아들도.....

확신과 희망.

절대 내 아들은 기다릴꺼야.

나는 구출할 때까지 끝장을 볼거야.

댓글
2013.03.08 15:09:37 (*.245.104.135)
바람과해

아버님의 자식에 대한 포기할수없는 사랑 이 자식을 살렸네요

알베르또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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