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07154785.jpg

 

아무리 마음의 울타리를 수리해 나가도
그녀가 열고 싶을때만 열고
닫고 싶을땐 냉큼 닫아버리게
열쇠를 꼭 쥐고 있으려 해도
그대는 번번이 부드럽게 그 열쇠를 내놓으라 한다.

서로가 따뜻한 정도로만 기대고
사랑이든 애정이든 데지 않게
조심조심 다가가고 싶었는데......

그는 전부를 걸 마음도 없으면서
다가왔다고 화를 낸다

--------------------------------


"… 키스해도 돼요?"

저도 모르게 나온 속삭임.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더니 건이 복잡한 눈빛으로 부드럽게 웃었다.

"나한테 하는 말? 안 돼요."

진솔이 말을 잇지 못하고 가만히 보고 있는데,
그가 그녀에게로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

"… 내가 할 거예요."


--------------------------------


"나 사랑하는 게 정말 힘들면… 사랑하지 말아요.

내가 당신한테 아무 위로도 못 됐다는 거 아니까.

도망가지만 말아요. 내 인생에서."


--------------------------------


그녀의 어머니가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노래들..
언젠가 진솔은 텔레비전 교육방송에서 방영된
아바특집 다큐멘터리를 녹화한 적이 있었다.

비요른과 아네타, 메니와 프리다. 두쌍의 부부 커플로 이루어진
스웨덴 출신 아바는 그들이 이혼을 하면서 자연히 그룹도 해체되었다.
그 후 세 사람은 각자 솔로 활동을 활발히 했지만,
아네타는 언젠가부터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바의 추억을 돌이키기 싫어 그 시절 자신의 음반도 듣지 않는다고 했다.

다큐멘터리 제작팀은 아네타를 인터뷰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녀는 끝내 거절했다.
진솔은 아네타가 좋았다.
저 맑은 음색,사랑이 끝나면 노래도 끝인 여자.


--------------------------------


나.. 당신 사랑해요.

지나가는 바람일지도 몰라요.

그럴지도요. 하지만 내 마음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해요.
지금 내 마음이.. 당신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이런 마음이,
사랑일 거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대답할게요. 난.. 사랑이 뭔지 이제 잘 모르겠어.
내 마음 들여다보는 일이 이젠 익숙하지가 않아요.

기다릴게요. 당신 감정 알게 될때까지. 길게는 아니고짧으면 몇 달,
길어도 많이 길지는 않을 거예요.
당신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닌 것 같다 그러면..
나, 정리할 수 있어요. 오래는 안 걸려요.

당신이 힘들잖아. 그런건.

내 몫이니까. 괜찮아요. 내가 감당할 부분이니까.


좋은사랑할거에요.

사랑해서슬프고

사랑해서아파죽을것같은거말고

즐거운사랑할거에요.

처음부터애초에

나만을봐주는 그런사랑이요.

 

..............................................................................................................................

 

그가 설명해 주었습니다.

맛있는 커피를 위해선 물을 10분 이상 끓여야 하고

따를 땐 될수록 높은 곳에서 따라 물 속에 산소가 많이 포함되어야 하며,

커피와 설탕은 물을 붓기 전에,

그리고 프림은 물을 붓고 나서 넣어야 제 맛이 난다구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를 타는 사람의 마음과,

그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마음이라구요.

커피 한 잔을 놓고 그는 참으로 소중한 연인을 만난 듯 했습니다.

그 대하는 따뜻함이 내게도 전해져

그날 나는 정말 따뜻한 커피를 마셨습니다.

 

.............................................................................................................................................


솔직하게 말할게요.

사람이 사람을 아무리 사랑해도,

때로는 그 사랑을 위해 죽을 수도 있어도..

그래도 어느 순간은 내리는 눈이나, 바람이나, 담 밑에 피는 꽃이나..

그런 게 더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거.

그게 사랑보다 더 천국처럼 보일 때가 있다는 거.

나, 그거 느끼거든요?

당신하고 설령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많이 슬프고 쓸쓸하겠지만 또 남아 있는 것들이 있어요.

그래서 사랑은 지나가는 봄볕인 거고. 세상 끝까지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힘든 고통이니까 난 사절하고 싶거든요.

근데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가면서도

당신 만나면 금세 흔들리고, 잘 안 되고 말아요.

 


이도우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읽다가...

profile
댓글
2013.08.19 07:27:19 (*.156.211.24)
시몬
profile

섬세하고 탁월한 문장..

수려한 필치는 아니라도 가슴속에 말들을 꼭꼭 심어주는

그래서 누군가에게 선물하고픈 들려주고픈 책 ...이도우 작가의 책

꼭 한번 읽어 보시길,....

댓글
2013.08.20 08:09:25 (*.142.164.37)
오작교

어제 이 책을 주문했습니다.

꼭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오늘 아침에는 좋은 영화를,

어제는 좋은 책을 만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댓글
2013.08.28 11:38:22 (*.142.164.37)
오작교

"생각날 때마다 마셨더니

이젠 마실 때마다 생각나네 시팔"

 

다음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정지해버린 글귀였습니다.

지금은 까마득하지만 그런 때가 있었지요.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96131   2022-04-26 2022-04-26 17:0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107146   2014-12-04 2021-02-04 13:4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123934   2014-01-22 2021-02-04 13:5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24511   2013-06-27 2015-07-12 17:04
4552 말띠해 복 많이 받으세요! 2
산노을
1955   2014-01-04 2014-01-04 16:55
 
4551 떠날 때의 님의 얼굴 / 한용운 2
청풍명월
2444   2014-01-03 2014-01-05 02:46
 
4550 한송이 목련이 봄바람에 지듯이 2
청풍명월
2049   2014-01-03 2014-01-05 02:44
 
4549 아버지의 발자국 6
청풍명월
2222   2014-01-02 2014-01-03 15:00
 
4548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 합니다 2
청풍명월
2021   2014-01-02 2014-01-03 16:40
 
4547 치매부인과의 약속 5
바람과해
2028   2014-01-02 2014-01-03 18:39
 
4546 세상 사는 지혜 1
청풍명월
1972   2013-12-31 2014-01-02 16:42
 
4545 미음과 다툼은 하루해를 넘기지 말라 1
청풍명월
2524   2013-12-31 2014-01-02 16:35
 
4544 세월도 가고 사람도 가지만 1
청풍명월
2048   2013-12-30 2013-12-31 11:29
 
4543 한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1
청풍명월
2073   2013-12-30 2013-12-31 11:24
 
4542 참회 속에서 열리는 극락 2
청풍명월
1921   2013-12-29 2014-01-01 10:17
 
4541 아름다운 감동을 주는 사람 1
청풍명월
2012   2013-12-29 2013-12-30 05:01
 
4540 당신의 오늘은 정말 소중 합니다
청풍명월
2516   2013-12-28 2013-12-28 17:51
 
4539 겨울등대/양종영 2 file
尹敏淑
1966   2013-12-28 2013-12-29 09:34
 
4538 일본이 필사적으로 반출 막으려한 독도 팻말의 비밀 1
청풍명월
2161   2013-12-26 2013-12-28 17:59
 
4537 먼길 돌아온 인생의 노을 2
청풍명월
1948   2013-12-25 2015-10-20 09:33
 
4536 성 탄 인 사 2
청풍명월
2180   2013-12-25 2013-12-25 17:11
 
4535 Merry Christmas 1
고등어
1991   2013-12-24 2013-12-24 02:12
 
4534 십년공부 나무아미 타불의 유래 1
청풍명월
2056   2013-12-23 2013-12-26 10:57
 
4533 생각에도 리듬이 있어야 한다 1
청풍명월
1967   2013-12-23 2013-12-26 10:53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