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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비가 와요

 

 

                신달자


 

아침에 창을 열었다
여보! 비가 와요
무심히 빗줄기를 보며 던지던
가벼운 말들이 그립다


오늘은 하늘이 너무 고와요
혼잣말 같은 혼잣말이 아닌
그저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소한 일상용어들을 안아 볼을 대고 싶다

너무 거칠었던 격분
너무 뜨거웠던 적의
우리들 가슴을 누르던 바위 같은
무겁고 치열한 싸움은
녹아 사라지고


가슴을 울렁거리며
입이 근질근질 하고 싶은 말은
작고 하찮은
날씨이야기 식탁 위의 이야기
국이 싱거워요?
밥 더 줘요?
뭐 그런 이야기


발끝에서 타고 올라와
가슴 안에서 쾅 하고 울려오는
삶 속의 돌다리 같은 소중한 말
안고 비비고 입술 대고 싶은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에게
나보다 먼저 아침밥 한 숟가락 떠먹이고 싶다

 

 

Dozhdik Osennij - Elena Kambur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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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댓글
2013.08.24 18:31:45 (*.234.194.86)
바닷가

내! 반가운 비가 옵니다.

 

어제 그리고 오늘도 부산에서도 계속 비가 오고 있습니다.

 

좋은 시 그리고 노래 즐감합니다.

댓글
2013.08.25 08:28:41 (*.142.164.37)
오작교

'어제 내린 비'가 가을비였을까요, 아님 여름의 막바지 비였을까요?

오랜만에 만나는 신달자 님의 시와 엘레나 깜부로바의 가을비 노래가

참으로 잘 어울립니다.

 

가을!

이렇게 서서히 우리 곁으로 오고 있습니다.

사랑과 그리움과 풍요로움과 허전함이 상존하는 계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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