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2013.12.30 04:39:21 (*.120.212.21)
1790

 한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우리가 가장 믿어야 할 이들의 무책임과 불성실과
끝없는 욕심으로 집이 무너지고 마음마저 무너져 슬펐던
한 해 희망을 키우지 못 해 더욱 괴로웠던 한 해였습니다.

마지막 잎새 한 장 달려 있는 창 밖의 겨울나무를
바라보듯 한 해의 마지막 12월의 달력을 바라보는
제 마음엔 초조하고 불안한 그림자가 덮쳐옵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은 실천했나요?
-사랑과 기도의 삶은 뿌리를 내렸나요?
-감사를 잊고 살진 않았나요?

달력 위의 숫자들이 눈을 크게 뜨고 담담히 던져 오는
물음에 대답못해 망설이는 저를 누구보다 잘알고 계시는 주님
하루의 끝과 한 해의 끝이 되면 더욱 크게 드러나는 저의 허물과
약점을 받아들이고 반복되는 실수를 후회하는 일도 이젠
부끄럽다 못해 슬퍼만지는 저의 마음도 헤아려 주십니까?

정성과 사랑을 다해 제가 돌보아야 할 가족, 친지,
이웃을 저의 무관심으로 밀어낸 적이 많았습니다.

다른 이를 이해하고 참아 주며 마음을 넓혀 가려는
노력조차 너무 추상적이고 미지근 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웃과의 잘못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도전과 아픔이 두려워 바쁜 일이나 거짓된 평화 속으로
자주 숨어 버린 겁쟁이였음을 용서하십시오.

남에겐 좋은 말도 많이 하고 더러는 좋은 일도 했지만
좀더 깊고 맑게 자신을 갈고 닦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위선자였음을 용서하십시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늘상 되뇌이면서도
새롭게 주어지는 시간의 구슬들을 제대로 꿰지 못해 녹슬게 했습니다.

바쁜 것을 핑계로 일상의 기쁨들을 놓치고 살며 우울한
늪으로 빠져들어 주위의 사람들까지 우울하게 했습니다.

아직 비워내지 못한 마음과 낮아지지 못한 마음으로
혼자서도 얼굴을 붉히는 제게 조금만 더 용기를 주십시오
다시 시작할 지혜를 주십시오.

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저녁놀을 바라보는
겸허함으로 오늘은 더 깊이 눈감게 해주십시오

더 밝게 눈 뜨기위해..
 

-이해인님 글중에서-

댓글
2013.12.31 11:24:04 (*.120.212.21)
청풍명월

한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저녁놀을 바라보는

겸허한 마음으로 오늘은 더 깊이 눈감아 봅시다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2022-04-26 70761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2014-12-04 81536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2014-01-22 98250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2013-06-27 98821  
4552 말띠해 복 많이 받으세요! 2
산노을
2014-01-04 1692  
4551 떠날 때의 님의 얼굴 / 한용운 2
청풍명월
2014-01-03 2184  
4550 한송이 목련이 봄바람에 지듯이 2
청풍명월
2014-01-03 1806  
4549 아버지의 발자국 6
청풍명월
2014-01-02 1978  
4548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 합니다 2
청풍명월
2014-01-02 1770  
4547 치매부인과의 약속 5
바람과해
2014-01-02 1762  
4546 세상 사는 지혜 1
청풍명월
2013-12-31 1696  
4545 미음과 다툼은 하루해를 넘기지 말라 1
청풍명월
2013-12-31 2243  
4544 세월도 가고 사람도 가지만 1
청풍명월
2013-12-30 1787  
한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1
청풍명월
2013-12-30 1790  
4542 참회 속에서 열리는 극락 2
청풍명월
2013-12-29 1650  
4541 아름다운 감동을 주는 사람 1
청풍명월
2013-12-29 1740  
4540 당신의 오늘은 정말 소중 합니다
청풍명월
2013-12-28 2254  
4539 겨울등대/양종영 2 file
尹敏淑
2013-12-28 1721  
4538 일본이 필사적으로 반출 막으려한 독도 팻말의 비밀 1
청풍명월
2013-12-26 1879  
4537 먼길 돌아온 인생의 노을 2
청풍명월
2013-12-25 1697  
4536 성 탄 인 사 2
청풍명월
2013-12-25 1915  
4535 Merry Christmas 1
고등어
2013-12-24 1744  
4534 십년공부 나무아미 타불의 유래 1
청풍명월
2013-12-23 1787  
4533 생각에도 리듬이 있어야 한다 1
청풍명월
2013-12-23 1696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