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2014.01.05 16:24:15 (*.159.57.212)
2008

 
 

 

 아직도 알 수 없는 아버지 마음

 

 

 

나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형편도 안되고

머리도 안되는 나를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대구중학을 다녔는데 공부가 하기 싫었다.

1학년 8반, 석차는 68/68, 꼴찌를 했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고향에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을 내밀 자신이 없었다.

당신이 교육을 받지 못한 한을 자식을

통해 풀고자 했는데, 꼴찌라니...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보통학교도 다니지 않았으므로

내가 1등으로 고친 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구로 유학한 아들이 집으로 왔으니 친지들이

몰려와 "찬석이는 공부를 잘 했더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앞으로 봐야제..

이번에는 어쩌다 1등을 했는가 배.."했다.

"명순(아버지)이는 자식 하나는 잘 뒀어.

1등을 했으면 책거리를 해야제" 했다.

당시 우리집은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살림이었다.

이튿날 강에서 멱을 감고 돌아오니,

아버지는 한 마리뿐인 돼지를 잡아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잔치를 하고 있었다.

그 돼지는 우리집 재산목록 1호였다.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부지..."

하고 불렀지만 다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달려 나갔다.

그 뒤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겁이 난 나는 강으로 가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물속에서 숨을 안 쉬고 버티기도 했고,

주먹으로 내 머리를 내리치기도 했다.

충격적인 그 사건 이후 나는 달라졌다.

항상 그 일이 머리에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7년 후 나는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그러니까 내 나이 45세가 되던 어느 날,

부모님 앞에 33년 전의 일을 사과하기 위해

"어무이..,

저 중학교 1학년 때 1등은 요..." 하고

말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옆에서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께서

" 알고 있었다. 그만 해라.

민우(손자)가 듣는다." 고 하셨다.

자식의 위조한 성적을 알고도,재산목록 1호인

돼지를 잡아 잔치를 하신 부모님 마음을,

박사이고 교수이고 대학 총장인 나는,

아직도 감히 알 수가 없다.

-전 경북대 총장 박찬석-


장 사익 -아버지
 

 
댓글
2014.01.05 21:36:39 (*.101.18.40)
청풍명월

자식을 위하는 아버지의 마음 거짓 1등인걸 알면서

재산목록 1호인 돼지를 잡아 잔치를 하다니 그래서

대학 총장 까지 되어 성공한 인물이 도였겠지요

감동글 잘 보고 갑니다

댓글
2014.01.06 12:49:20 (*.44.59.62)
산노을

아직도 알수 없다니요.................

이글을 읽으니 벌써 알겠는데요.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2022-04-26 96691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2014-12-04 107745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2014-01-22 124511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2013-06-27 125089  
4632 남원시 주생면에도 장가계(?)가 있읍니다 !! 6 file
청정
2014-02-14 3299  
4631 잘 보관해 평생 참고 하세요 3
청풍명월
2014-02-14 2978  
4630 인생의 책 세권 1 file
바람과해
2014-02-14 2705  
4629 사랑하는 아들아 ! 1
청풍명월
2014-02-13 2651  
4628 쉬면 곧 깨닫는다 1
청풍명월
2014-02-13 2623  
4627 숙제하듯 살지말고 축제하듯 살자 7
청풍명월
2014-02-12 2497  
4626 젊음 집착말고 아름답게 늙자 2
청풍명월
2014-02-11 2628  
4625 인생 마지막장은 서글픈건가요? 1
청풍명월
2014-02-10 2507  
4624 행운이 따르는 인생의 명언 1
청풍명월
2014-02-10 2724  
4623 말이 깨끗하면 삶도 깨끗해진다 1
청풍명월
2014-02-10 2410  
4622 사랑하는 내 어머니 2
청풍명월
2014-02-08 2774  
4621 어느 노인의 한숨 소리 1
청풍명월
2014-02-08 2483  
4620 할머니 마음 자장면 곱배기 한그릇 1
청풍명월
2014-02-08 2542  
4619 행운과 불운은 따로 있는것이 아니라 2
청풍명월
2014-02-07 2394  
4618 멋있고 근사한 사람은 늙지 않는다 4
청풍명월
2014-02-07 2781  
4617 인생은 먼길을 돌면서 1
청풍명월
2014-02-05 2745  
4616 초심을 잃지 않고 사는 지혜 1
청풍명월
2014-02-04 2785  
4615 배우는 자의 행복한 기도 2
청풍명월
2014-02-04 2845  
4614 즐거운 삶을 만드는 마음 1
청풍명월
2014-02-03 2756  
4613 도 (道 )의 의 의 1
청풍명월
2014-02-03 2751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