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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건강, 색깔에서 길을 찾다’ ② 옐로우 푸드

옐로우 푸드 노화 억제하고 혈압 낮춰주고 눈 보호효과 뛰어나

2차대전 때 일이다. 독일 공군은 야간 공중전에서 영국 공군의 ‘밥’이었다. 영국 조종사들이 당근 많이 먹은 덕분이란 소문이 돌았다. 그래서 독일 측도 조종사들에게 전투기를 타기 전에 당근을 먹으라고 명령했다. 당근이 조종사의 야간 시력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해서다. 그러나 당근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영국 공군에게 번번이 당했다. 야간전투의 승패를 가른 것은 당근이 아니라 당시 최신 발명품이던 레이더였다. 비록 조종사의 야간 시력을 높이지는 못했지만 노란색 식품인 당근이 건강식품인 것은 분명하다.

건강에 이로운 노란색 식품으론 당근·오렌지 등 감귤류, 호박, 고구마 등이 있다. 이들 식품엔 베타카로틴·알파카로틴·크립토산틴·루테인·헤스페리딘 등 다양한 파이토케미컬(식물영양소)이 풍부하다.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당근  속살 진할수록 함량 높아 … 익혀 먹으면 더 좋아

대표적인 웰빙 성분은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인 베타카로틴이다. 베타카로틴은 당근 외에 귤·호박 등 노란색 식품에 풍부하다. 같은 당근·호박이라도 속살이 진할수록 베타카로틴 함량이 더 높다. 베타카로틴은 몸 안에 들어가서 필요한 만큼만 비타민 A로 바뀌고, 나머지는 베타카로틴 상태로 존재한다. 당근·귤 등을 과다 섭취하면 얼굴·손 등이 노래지는 것은 남은 베타카로틴이 피부에 쌓인 결과다. 건강에 해롭지 않고 일시적이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베타카로틴이 많이 든 식품의 섭취를 줄이면 곧 정상 피부색으로 복귀된다.

 몸 안에 유해(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쌓이면 암·고혈압·뇌졸중 등 성인병이 생기기 쉽고 늙게 된다.

 건국대병원 유정아 영양팀장은 “베타카로틴은 비타민 C·E와 함께 3대 항산화 비타민으로 체내에서 유해산소를 없애준다”며 “적당량 섭취하면 노화를 억제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최근엔 암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근의 베타카로틴을 많이 섭취하려면 깨끗이 씻은 뒤 껍질을 최대한 얇게 벗겨 먹어야 한다. 베타카로틴이 껍질에 많기 때문이다. 생으로 먹거나 주스를 만들어 마시는 대신 익히거나 기름에 살짝 볶아서 먹으면 베타카로틴의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베타카로틴도 비타민 A와 마찬가지로 지용성(脂溶性)이기 때문이다.

감귤류  겉껍질 안쪽 흰부분까지 제거하지 말고 먹어야

귤·오렌지·유자·자몽·레몬 등 감귤류에서 주목받는 성분은 각종 플라보노이드다. 플라보노이드는 노란색 식물 색소로 황색을 뜻하는 그리스어 플라부스(flavus)에서 유래했다. 감귤류가 노란색이나 주홍색을 띠는 것은 플라보노이드 때문이다. 플라보노이드는 수많은 파이토케미컬의 통칭인데 감귤류에 풍부한 헤스페리딘과 루틴도 여기 속한다.

 헤스페리딘은 감귤류의 껍질과 과즙에 풍부하다. 특히 겉껍질 안쪽 흰 부분과 투명한 속껍질에 많다. 헤스페리딘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혈압·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파이토케미컬이다. 암·알레르기 예방 효과도 기대된다. 헤스페리딘은 베타카로틴과는 달리 수용성(水溶性) 물질이다.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는 “루틴은 모세혈관을 튼튼히 하고, 혈압을 낮춰주는 성분”이며 “감귤류 외에 메밀·감자·아스파라거스·버찌·팥 등에 풍부하다”고 조언했다.

호박  식용유 써서 조리하면 체내 흡수율 높여

노란색 식품으로 분류되는 것은 겉이 초록색이지만 속살이 노래서다. 여느 황색 식품과 마찬가지로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호박의 ‘플러스알파’를 꼽으면 눈 건강에 유익한 파이토케미컬인 루테인이다.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인 루테인은 사람의 눈에도 존재한다. 특히 망막의 황반 부위에 집중돼 가시광선 중 에너지가 가장 높은 푸른색을 걸러줘 눈을 보호한다. 눈 속에 든 선글라스인 셈이다.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루테인은 호박을 비롯한 시금치·케일·고구마·오렌지·옥수수·브로콜리·완두콩·달걀 노른자 등을 섭취해 보충해야 한다.

 식용유를 써서 조리하면 지용성인 루테인·베타카로틴의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호박 튀김·당근 튀김은 두 카로티노이드를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다.

 서양에선 호박이 폐암 예방식품으로 통한다. 미국국립암연구소(NCI)는 “장기간 흡연한 사람이 많은 뉴저지주 남성에게 최고의 폐암 예방약은 호박·당근·고구마 등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세 가지 노란색 식품”이라고 발표했다. 조사에서 세 채소를 가장 적게 먹은 그룹의 폐암 발생률은 가장 많이 먹는 그룹의 두 배에 달했다.

고구마  껍질째 먹어야 소화 잘 되고 속쓰림 줄어

고구마의 매력은 식이섬유(100g당 0.9g)에 있다. 양이 풍부할 뿐 아니라 구성도 훌륭하다. 식이섬유의 절반은 변비·대장암·비만 예방을 돕는 불용성이고 나머지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펙틴 등 수용성이다.

 차움 푸드테라피 이기호 원장은 “생고구마를 자르면 나오는 하얀 진액 안의 야라핀과 식이섬유 덕분에 고구마를 먹으면 변비가 사라진다”며 “피부 노화방지도 돕는다”고 소개했다.

 손에 묻으면 끈적거리고 공기와 접촉하면 산화돼 점차 검게 변하는 야라핀은 고구마가 자신의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내는 물질이다.

 미네랄 중에선 칼륨이 많다(100g당 429㎎). 칼륨은 혈압을 높이는 나트륨의 체외 배설을 도우므로 고혈압 환자에게 이롭다.

 고구마는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껍질엔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 있어 함께 먹으면 소화가 잘되고 속 쓰림과 가스(방귀) 발생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껍질엔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암·노화를 억제하는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하다.


단호박 영양밥

33.jpg

 

단호박 영양밥
재료(4인 기준): 단호박 2개, 백미 1컵, 현미찹쌀 2컵, 천일염 1/3작은술, 울타리콩
(혹은 밤콩) 3큰술, 생밤 2개, 대추 3개, 은행 5알, 건표고버섯(채썬 것) 2큰술, 호두
3개, 마른 다시마(5X5㎝) 1장

1 백미·현미찹쌀을 씻어서 마른 다시마·건표고버섯과 함께 압력솥이나 전기압력밥
통에 넣고 물 3.3컵과 천일염을 넣어 섞어 둔다.

2 생밤을 4등분으로 썰고 대추는
돌려 깎아 채를 썬다.

3 은행은 팬에 살짝 볶아 껍질을 까고 호두는 아무 것도 두르
지 않은 팬에서 살짝 볶아둔다.

4 울타리콩과 (2)(3)을 (1)에 전부 얹고 밥을 짓는다.

5 단호박은 꼭지에서 2㎝ 높이 되는 부분을 자르고 속을 숟가락으로 깨끗하게 긁어
낸다.

6 (5)에 (4)의 지은 영양밥을 꾹꾹 눌러 담고 찜통에서 단호박이 푹 익을 때까
지 30분가량 쪄낸 뒤 먹기 좋게 썬다. 

※요리=이양지 자연요리연구가 (마크로비오틱 쿠킹 스튜디오), 스타일링=김옥정

한방에서 보는 노란색

32.jpg

 

● 음양오행 중 중앙을 상징하는 토(토)에 해당한다

● 비장과 위장의 기능과 연관이 있다(토종닭·늙은호박·벌꿀 등 노란색 식품은 비장과
위장의 기능을 북돋워준다고 여긴다)

● 우주의 중심에 해당하는 고귀한 색으로 인식한다(왕이 노란색 옷을 입은 이유) 

※자료=정이안한의원

노란색 식품에 함유된 웰빙 성분

● 베타카로틴 유해(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비타민, 당근에서 처음 분리

● 알파카로틴 체내에 들어가 비타민 A로 전환돼 백내장·안구건조증·야맹증 등 예방

● 크립토산틴 체내에 들어가 비타민 A로 전환

● 루테인 눈 건강에 유익

● 쿼세틴 항산화 성분

 
● 헤스페리딘 심혈관 건강에 유익, 플라보노이드의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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