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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닮음

어머님 저기 가신다

동행 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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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름 시현

어머님 저기 가신다

 

 

유리벽 건너편에 꽃잎이 떨어졌다.

 

꽃 향기에 취해서 비틀거릴거나?

나비되어 훠얼훨 날아갈거나?

분단장 연지곤지 찍고 시집 가시는

어머님 볼우물에 내 그림자 어리어

강물 소리없이 흐른다. 

 

기억의 뒷편에 아버지도 이슬에 졎는다.

 

누군가 위해 눈감을 수 밖에

저 곳과 이 곳 구부러진 등위로

빛바랜 기억들 낯설어 서성대는 곳

 

비오는 아침 어머님은 그 곳에 계셨다.

함께 있다는 것 말고 발가벗은 몸뚱이

거꾸로 누운채 반야심경이나 읊었을성 싶은

흘러가는 물소리에서 고향 흙냄새가 난다.

기억의 강물 속에서 상두군 워낭소리 들린다.

남겨지고 떠나며 처절한 소리 돌아가는 길

슬퍼 울 수 없는 아침 비가 내린다.

쉴 수 없어 넘었던 고갯길에 숨가쁜 바람 흘러간다,

 

꽃으로 피어 허옇게 빛바래어 간들

꽃으로 남아 까만 한 줌의 재가 되고자 한들

이 곳과 저 곳에서 서로의 이름으로 불릴 뿐이지

아직 돌아갈 곳 없는 우리는 사진틀 속으로 부는 바람에

비를 맞고 흔들리고 비틀리고 서있다,

밤바다에 자맥질하는 심해어 허연 비늘 퍼득여

밤하늘로 부는 바람에 鳶이 되었다,

 

어머님 저기 가신다,

하얀 찔레꽃이 핀다,

아직 돌아갈 곳 없는 우리는

긴 봄날 오월의 따가운 볕에 그을리고

하얀 달빛에 갿히고 있을 뿐,

2016,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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