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애닮음

목마와 숙녀

동행 2045

2
박인환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대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배경음악 : 목마와 숙녀 - 박인희
공유
2
오작교 2008.05.21. 21:55
제가 임의로 음악을 넣었습니다.
노여워 하시지 않을 것이지요?
동행 글쓴이 2008.05.21. 22:34
아주 좋습니다.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고
노래 불리워진
목마와 숙녀
다시 되뇌어 봅니다.
댓글 등록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시인이름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오작교 기타 태그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오작교 10.09.12.22:57 92266 0
공지 기타 이 방의 방장님은 동행님입니다. 6 오작교 08.10.05.21:25 89078 +62
공지 기타 이 게시판에 대하여 2 오작교 08.05.18.21:33 96298 +73
129 기타
normal
동행 08.05.22.00:07 1754 +14
128 애닮음
normal
동행 08.05.22.00:06 1898 +6
127 고독
normal
동행 08.05.22.00:04 1655 +17
126 사랑
normal
귀비 08.05.21.14:21 1751 +2
125 사랑
normal
동행 08.05.21.00:33 1699 +5
124 애닮음
normal
동행 08.05.21.00:29 1812 +12
애닮음
normal
동행 08.05.21.00:24 2045 +7
122 그리움
normal
귀비 08.05.20.11:10 1649 +13
121 사랑
normal
오작교 08.05.20.10:49 1640 +10
120 그리움
normal
귀비 08.05.20.09:55 1547 +6
119 애닮음
normal
동행 08.05.20.00:33 2354 +3
118 애닮음
normal
동행 08.05.20.00:32 2384 +17
117 여름
normal
동행 08.05.20.00:30 1780 +6
116 희망
normal
귀비 08.05.19.17:41 2006 +9
115 기타
normal
귀비 08.05.19.16:49 1763 +11
114 희망
normal
귀비 08.05.19.16:32 1638 +1
113 겨울
normal
오작교 08.05.19.16:13 1737 +3
112 가을
normal
오작교 08.05.19.13:57 1553 +8
111 희망
normal
2
동행 08.05.19.10:12 1834 0
110 고독
normal
동행 08.05.19.10:00 144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