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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닮음

물길

동행 2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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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 

 물길



 /고원



항상 목이 말라서


찬물 좀 달라, 많이 달라 하시더니


물을 더듬다가 온몸이 젖어


그대로 영영 가신 어머니.



모실 수 있는 길이 남아 있다면


물길 밖에 없었나 봅니다.


양손잡이 쇠지팽이 힘을 풀고


몸이 없는 물, 정수에 합쳐


훨훨 나가시는 걸음걸음


백팔번뇌 씻으시게


제 욕심을 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른 봄날 부슬비가 내리데요.


뉴욕의 아침 `흰돌다리' 그윽한 아래


핫슨 강물이 맑기도 하데요.


제단이 된 반석 속으로


염불 소리 방울 소리 스며들자


강물이 찰랑찰랑 새길을 열데요.



한줌 한줌 백골 가루가


독경의 물결에 백골 가루가


뜨는 듯 도는 듯 가라앉는 듯


어머니가 참 많아지고


하나가 되고,


외아들 가슴이 출렁거렸습니다.



슨 강에서 대서양으로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어느날 어디쯤에서 쉬실까요.



물은 언제나 돈다지요.


돌아가시듯이 돌아오시겠지요.


좋아하시던 꽃 속에 피실까요.



  아들이 하는 일 걱정하시던


  민주주의 되면 고향 산천


  충청도 산골, 양산강 통해서 오실까요.


  통일조국 기다리다 들어서실까요.



어머니, 오늘부터 어머니 몫까지


물을 많이 마시겠습니다.


화분에 열심히 물도 주지요.


비가 오면 맞겠습니다.


강에도 바다에도 자주 가겠습니다.



어머니, 이제는


다녀오지 않고 다녀가는


강을 따라 흐르는 제 머리에


여전히 부슬부슬 비가 오네요.


어머니가 오시네요.


오시는가요


가시는가요.



  물길 사십구만 리


  오시는가요


  가시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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