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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밤 편지

귀비 2016

4
김남조

  밤 편지 / 김남조

 

 편지를 쓰게 해다오

 

 이날의 할 말을 마치고

 늦도록 거르지 않는

 독백의 연습도 마친 다음

 날마다 한 구절씩

 깊은 밤에 편지를 쓰게 해다오

 

 밤기도에

 이슬 내리는 적멸을

 촛불빛에 풀리는

 나직이 습한 악곡들을

 겨울 침상에 적시이게 해다오

 새벽을 낳으면서 죽어가는 밤들을

 가슴 저려 가슴 저려

 사랑하게 해다오

 

 세월이 깊을수록

 삶의 달갑고 절심함도 더해

 젊어선 가슴으로 소리내고

 이 시절 골수에서 말하게 되는 걸

 고쳐 못 쓸 유언처럼

 

 기록하게 해다오

 날마다 사람함은

 날마다 죽는 일임을

 이 또한

 적어 주게 해다오

 

 눈 오는 날엔 눈밭에 섞여

 바람 부는 날엔 바람곁에 실려

 땅 끝까지 돌아서 오는

 영혼의 밤외출도

 후련히 털어놓게 해다오

 

 어느 날 밤은

 나의 편지도 끝날이 되겠거니

 가장 먼

 별 하나의 빛남으로

 종지부를 찍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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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귀비 글쓴이 2008.06.04. 15:49
하루가 어둠속에 접힌 깊은밤,
하루를 반성하는 마음으로,
밤새워 편지를 쓰고 싶고,
새벽별이 밝아오면 다시 하루를 여는 마음으로 어딘가 ..
편지를 보내고 싶은,
일상의 소중함이 어찌.. 이리 훌쩍 사라지는지,
그것이 세~월..
오작교 2008.06.04. 18:27
하루 종일 뭐가 그리도 바쁜 것인지
이제야 여유를 가지고 홈을 둘러봅니다.

편지.
밤에 그것도 늦은 밤에 퍽이도 많이 쓴 적이 있지요.
아침이면 불살라질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그렇게 가슴을 털어 보낼 수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동행 2008.06.05. 09:07
몇달을 편지만 쓰다.
나는 그렇게
답장 속에 묻히고 있었다.
흘러가는 세월 이었다.
귀비 글쓴이 2008.06.05. 14:34
"보시도다."
하여 즐겨하더라.

하여
나는 그렇게.. 나에게 편지를 쓰더이다
하여
그렇게 가슴을 털어~낸 세월이더라

오작교님~그리고 동행님~
마음 나누어주심..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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