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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즈음

우먼 1562

3
김영철팔월 즈음 / 김영철

  여자를 겁탈하려다 여의치 않아 우물에 집어던져버렸다고 했다 글
쎄 그 놈의 아이가 징징 울면서 우물 몇 바퀴를 돌더라고 했다 의자
하나를 들고 나와 우물 앞에 턱 갖다놓더라고 했다 말릴 겨를도 없이
엄마, 하고 외치며 엄마 품속으로 풍덩 뛰어들더라고 했다 눈 딱 감
고 수류탄 한 발 까 넣었다고 했다

  담담하게 점령군의 한 때를 회고하는 백발의 일본 늙은이를 안주
삼아 나는 소주 한 병을 다 깠다 캄캄하고 아득한 소주병 속으로 제
몸에 불을 붙인 팔월이 투신하고 있다 자욱한 잿더미의 빈 소주병
들여다보며 나는 엄마, 하고 불러 보았다 온 몸에 불이 붙은 아이들
이 엄마, 엄마, 울먹이며 내 몸 구석구석을 헤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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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글쓴이 2008.08.18. 09:50
더위도 한 발짝 뒤로 물러 난듯 한데
김영철시인님의 글을 보니
다시 더워집니다.

한주도 뼛속 깊은 이야기들로 채워 가시기 바랍니다.
An 2008.08.18. 10:39
했다.
깠다.
있다.
보았다.
헤집다.

평범한 단어들의 의미가
무서워 뼛속이 시리네...

올만에 안뇽!
방가~.. 워서..
윤성기 2008.08.19. 09:15
억울 분통 터져 울음도 울지 못하고 꺼억 꺼억 속으로 삭혔다했다.
엄니! 소리치며 뛰어드는 아해의 모습을 보고 또 꺼억 꺼억 울음을 속으로 삭혔다했다.
언제까지 이런 모습으로 울고만있을꺼냐 물었다.
이젠 손털고 일어나 그 놈들 두 눈에서 피눈물을 쏟게하자했다.
한 구덩이에 수십명을 생매장한 저 치떨리는 놈들을 무릎끓리자했다.
이제는...이제는...저 인간들 인간들...무엇으로 이 치떨림을 가라앉힐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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