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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여행

귀비 2141

5
김재진

 

  가을에는 모든 것 다 용서하자.

 

  기다리는 마음 외면한 채

  가고는 오지 않는 사람을

  생각하지 말고 그만 잊어버리자.

 

  가을의 불붙는 몸에  이끌려

  훨훨 벗고 산 속으로 가는 사람을

  못 본 척 그대로 떠나보내자.

 

  가을과 겨울이 몸을 바꾸는

  텅 빈 들판의 바람소리 밟으며

  가을에는

  빈손으로 길을 잊어버리자.

 

  따뜻한 사람보다 많은 냉정한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미운 사람들을

  한꺼번에 모두 잊어버리자.

 

  한 알의 포도 알이 술로 익듯

  살아갈수록 맛을 내는 친구를 떠올리며

  강처럼 깊어지자.

 

  살아가며 우리가 만나야 했던 미소와 눈물,

  혼자 있던 외로움 하나하나 배낭에 챙겨 넣고

  가을에는

  함께 가는 이 없어도 좋은

  여행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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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비 글쓴이 2008.09.03. 18:51
바람..한없이 가라앉는 영혼을 무등태워 훌~훌 ~ 떠도는 그런 바람..
한줄기 바람이고 싶습니다.
가을에는
나그네 처럼 .. 시처럼 훌훌 떠나고 싶다...
An 2008.09.03. 21:18
십인십색(十人十色)..

어쩌다 그리움 하나 걸치고 외출을 합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나와 같은 옷 입고 거니는 사람
만날 수는 없는 걸까...

같이 가요, 귀비님!
하하하~~~

쌩유라옹.. ㅋ*
물소리 2008.09.03. 21:24
눈물은 다 여행 떠나 보내면 좋겠습니다 .
장길산 2008.09.04. 10:12
혼자 나서길 망설이는 내 등뒤를,
아주 세차게.....
문밖으로 밀쳐내어주는 듯한.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켜주네요. 멋진 싯귀 감사합니다.

"배낭 어딨어?"~~~~~
귀비 글쓴이 2008.09.05. 16:10
십인십색(十人十色)..

그래요.. 같이 가요, ..
저는..
이미 같이 하고 있어요
하루의 마침이 늦게 찾아오는 날이면
온 몸을 감싸는 그 적막함이 좋아 ..
'나' 는 .. 시간의 흐름을 잊고 그냥 그 자리에서 석상이 되어 버립니다.
하루가 너무 짧습니다. 아니, 생각하면 시간이란 건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형상으로 본 시간은..
활짝 열린 창에 기대 어둠을 봅니다.
어둠이 숨죽이며 수신호를 보냅니다. 참.. 고요합니다.....
고마워요..님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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