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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겨울 숲에서

보름달 1853

1
안도현



 겨울 숲 에서

              글  / 안 도 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 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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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행 2008.12.11. 21:24
겨울 숲에 비워내는
텅빈 가슴으로
그리워 그리워
나는 눈발에 묻힌다.
하얀 눈발에 묻히는
나의 그리움,
내 삶의 골짜기.
내 달콤한 고독의
잔인한 불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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