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그리움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동행 2684

1
김경주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 김경주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던, 그 속에서


하늘하늘한 팬티 한 장 꺼내들고 어머니


볼에 따뜻한 순면을 문지르고 있다


안감이 촉촉하게 붉어지도록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


어머니를 아직껏 여자로 살게 하는 한 무늬였음을


오늘은 죄 많게 그 꽃무늬가 내 볼에 어린다


어머니 몸소 세월로 증명했듯


삶은, 팬티를 다시 입고 시작하는 순간 순간


사람들이 아무리 만지작거려도


팬티들은 싱싱했던 것처럼


웬만해선 팬티 속 이 꽃들은 시들지 않았으리라


빨랫줄에 하나씩 열리는 팬티들로


뜬 눈 송이 몇 점 다가와 곱게 물든다


쪼글쪼글한 꽃 속에서 맑은 꽃물이 똑똑 떨어진다


눈덩이만한 나프탈렌과 함께


서랍 속에서 수줍어하곤 했을


어머니의 오래 된 팬티 한 장


푸르스름한 살 냄새 속으로 햇볕이 포근히 엉겨 붙는다

 


공유
1
은하수 2009.01.27. 00:30
참 아름다운 글,,,고맙습니다^^*
꽃무늬ㅇㅇ...
소박 하셨던 어머니가 그리워 집니다
동행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댓글 등록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시인이름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오작교 기타 태그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오작교 10.09.12.22:57 78224 0
공지 기타 이 방의 방장님은 동행님입니다. 6 오작교 08.10.05.21:25 74895 +62
공지 기타 이 게시판에 대하여 2 오작교 08.05.18.21:33 82186 +73
85 한계순 그리움
normal
바람과해 10.12.10.22:58 2293 0
84 김재두 그리움
normal
바람과해 10.12.04.11:57 2103 0
83 혜월 박 주 철 그리움
normal
데보라 10.10.20.02:07 2330 0
82 혜린 원연숙 그리움
normal
데보라 10.10.03.03:25 3279 0
81 이설영 그리움
normal
바람과해 10.06.11.13:51 4450 0
80 이임영 그리움
normal
데보라 10.02.15.16:06 3092 0
79 비추라 /김득수 그리움
normal
데보라 10.02.11.12:42 3337 0
78 김사인 그리움
normal
장길산 10.02.04.16:37 3200 0
77 도현금 그리움
normal
데보라 09.12.27.17:12 2477 0
76 . 그리움
file
감나무 09.12.10.14:51 1881 0
75 1 그리움
normal
감나무 09.11.18.09:12 2771 0
74 손종일 그리움
normal
오작교 09.10.25.21:52 2116 0
73 손종일 그리움
normal
오작교 09.10.23.23:04 2344 0
72 그리움
normal
오작교 09.08.30.22:00 1655 +7
71 그리움
normal
오작교 09.08.16.23:48 2030 +9
70 그리움
normal
장길산 09.07.21.11:04 1841 +11
69 그리움
normal
장길산 09.02.17.11:15 1625 +12
그리움
normal
동행 09.01.25.13:38 2684 +17
67 그리움
normal
장길산 09.01.13.09:47 2162 +18
66 그리움
normal
동행 08.12.27.16:54 317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