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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황사

동행 2277

2
정영효

저녁의 황사

 

/정 영 효

 

 

이 모래먼지는 타클라마칸의 깊은 내지에서 흘러왔을 것이다
황사가 자욱하게 내린 골목을 걷다 느낀 사막의 질감
나는 가파른 사구를 오른 낙타의 고단한 입술과
구름의 부피를 재는 순례자의 눈빛을 생각한다.


사막에서 바깥은 오로지 인간의 내면뿐이다
지평선이 하늘과 맞닿은 경계로 방향을 다스리며
죽은 이의 영혼도 보내지 않는다는 타클라마칸
순례란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길을 잃는 것이므로
끝을 떠올리는 그들에게는 배경마저 짊이 되었으리라


순간, 잠들어가는 육신을 더듬으며
연기처럼 일어섰을 먼지들은
초원이 펼쳐져 있는 그들의 꿈에 제(祭)를 올리고 이곳으로 왔나
피부에 적막하게 닿는 황사는
사막의 영혼이 타고 남은 재인지
태양이 지나간 하늘에 무덤처럼 달이 떠오르고 있다


어스름에 부식하는 지붕을 쓰고 잠든 내 창에도
그들의 꿈이 뿌려졌을 뗀데
집으로 들어서는 골목에서 늘
나는 앞을 쫓지만 뒤를 버리지 못했다
멀리 낙타의 종소리가 들리고
황사를 입은 저녁이 내게는 무겁다

 

(서울신문 2009 신춘문예 시 부문 장원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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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09.02.16. 11:45
지나간 과거를 버리지 못함도
어쩌면 삶의 한 부분이지요
태양이 떠오를 꺼예요^^*

동행님!
건강하시고 잘계시지요?^&^**
오늘도 아름다운 삶 열어가시고,,행복하세요....♡
동행 글쓴이 2009.02.17. 20:47
꿈틀대며 지축을 울리고
타오르는 너의 전설이
잃어버린 땅에서
서글픈 입김 허공에 서리고
석양속으로 종소리가 내린다.
깃발처럼 날리는 어제의 몸부림이
땟국물 덕지덕지 묻어나는 시간.
나는 파리한 경련을 일으키며
그냥 이 순간을 살 뿐이다.
다만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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