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기타

무럭무럭 구덩이

동행 2386

1
이우성

무럭무럭 구덩이

 

 

/이우성

 



이곳은 내가 파 놓은 구덩이입니다

너 또 방 안에 무슨 짓이니

저녁밥을 먹다 말고 엄마가 꾸짖으러 옵니다

구덩이에 발이 걸려 넘어집니다

숟가락이 구덩이 옆에 꽂힙니다.

잘 뒤집으면 모자가 되겠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온 형이

내가 한 눈 파는 사이 구덩이를 들고 나갑니다

달리며 떨어지는 잎사귀를 구덩이에 담습니다

숟가락을 뽑아 들고 퍼 먹습니다

잘 마른 잎들이라 숟가락이 필요 없습니다

형은 벌써 싫증을 내고 구덩이를 던집니다

아버지가 설거지를 하러 옵니다

반짝반짝 구덩이

외출하기 위해 나는 부엌으로 갑니다

중력과 월요일의 외투가 걱정입니다

그릇 사이에서 구덩이를 꺼내 머리에 씁니다

나는 쏙 들어갑니다

강아지 눈에는 내가 안 보일 수도 있습니다

친구에게 전화가 옵니다

학교에서 나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나는 구덩이를 다시 땅에 묻습니다

저 구덩이가 빨리 자라야 새들이 집을 지을 텐데

엄마는 숟가락이 없어져서 큰일이라고 한숨을 쉽니다

 

(2009  한국일보 신춘문예)



공유
1
은하수 2009.02.16. 11:58
한번씩 구덩이에 ...
들어가 본 추억이,,,,ㅎ
그러면서 새집 지어요^^*
동행님! 고맙습니다..♡

댓글 등록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시인이름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오작교 기타 태그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오작교 10.09.12.22:57 80632 0
공지 기타 이 방의 방장님은 동행님입니다. 6 오작교 08.10.05.21:25 77436 +62
공지 기타 이 게시판에 대하여 2 오작교 08.05.18.21:33 84635 +73
103 기타
normal
은하수 09.06.03.00:54 2831 +18
102 기타
normal
동행 09.04.25.07:50 2197 +22
101 기타
normal
아미소 09.04.22.12:13 2063 +22
100 기타
normal
동행 09.04.19.06:44 4123 +27
99 기타
normal
동행 09.04.16.01:03 4002 +27
98 기타
normal
동행 09.04.05.22:56 1885 +21
97 기타
normal
장길산 09.04.01.10:31 2049 +23
96 기타
normal
동행 09.03.26.23:13 3911 +42
95 기타
normal
동행 09.03.26.23:10 4107 +32
94 기타
normal
보리피리 09.03.20.15:59 2008 +21
93 기타
normal
동행 09.03.09.08:19 2427 +11
92 기타
normal
동행 09.03.09.08:14 2149 +11
91 기타
normal
동행 09.03.09.08:10 1569 +15
90 기타
normal
동행 09.03.04.09:07 1501 +15
89 기타
normal
동행 09.02.24.08:23 2205 +14
88 기타
normal
동행 09.02.24.08:18 1566 +15
기타
normal
동행 09.02.15.20:32 2386 +14
86 기타
normal
동행 09.02.15.18:51 2235 +13
85 기타
normal
우먼 09.01.27.19:49 3943 +27
84 기타
normal
2
동행 09.01.27.00:27 179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