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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빵 냄새의 시간

동행 1549

1
김은주

술빵 냄새의 시간

 

 

/ 김은주

 

 

컹컹 우는 한낮의 햇빛,

달래며 실업수당 받으러 가는 길

을지로 한복판 장교빌딩은 높기만 하고

햇빛을 과식하며 방울나무 즐비한 방울나무,

추억은 방울방울*

비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날 중에 어떤 걸 제일 좋아해?**

떼 지은 평일의 삼삼오오들이 피워 올린 하늘

비대한 구름떼

젖꽃판 같이 달아오른 맨홀 위를 미끄러지듯 건너

나는 보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도 후끈 달아오르고 싶었으나 바리케이드,

가로수는 세상에서 가장 인간적인 바리케이드

곧게 편 허리며 잎겨드랑이며 빈틈이 없어

부러 해 놓은 설치처럼 신비로운 군락을 이룬

이 한통속들아

한낮의 햇빛을 모조리 토해내는

비릿하고 능란한 술빵 냄새의 시간

끄억 끄억 배고플 때 나는 입 냄새를 닮은

술빵의 내부

부풀어 오른 공기 주머니 속에서 한잠 실컷 자고 일어나

배부르지 않을 만큼만 둥실,

떠오르고 싶어

 

*1991년에 발표된 일본 애니메이션 제목.

** ‘추억은 방울방울’에 나오는 대사.

(2009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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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은하수 2009.03.11. 12:05
추억속에서 한참 자고나면
술빵냄새,,,그리움이...
동행님!...
즐거운,,나날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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