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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잠

동행 3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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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오래된 잠

 

/ 이민화



다섯 송이의 메꽃이 피었다.
아버지의 부재를 알리는 검은 적막을 깨고,
돌담을 딛고 야금야금 기어올라
초가지붕 위에 흘림체로 풀어놓는다.
무게를 견디지 못한 바람벽이
움찔 다리를 절면,
마당가에 선 감나무도 키를 낮춘다.
아버지의 귀가에서 나던 솔가지 타는 냄새
너덜너덜해진 문틈으로 새어나오고,
가쁜 숨을 몰아쉬던 수도꼭지
끄윽끄윽 울음을 뱉어낸다.
산 그림자 마당으로 내려서면,
거미줄에 걸린 붉은 노을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먼지 쌓인 잠을 쓱쓱 문질러 닦아내면
아버지의 오래된 시간이 푸석한 얼굴로 깨어난다.
늙은 집이 메꽃을 피우고 있다.
(2009 신문 한라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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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피리 2009.03.29. 09:31
돌담을 타고 올라
초가지붕에 흩어져 핀 메꽃 다섯 송이,
바람벽과 문 창호지는
떨어져 너덜너덜한데
아버지의 귓가에서 나던 솔가지 타는 냄새는
어떤 냄새일까요?
동행 글쓴이 2009.03.30. 19:43
보리피리 회장님,
봄볕이 이웃집 담장너머로
아스라해 보이는 것은
봄이 온것같지 않은 마음 씀씀이
때문일지 모른다고 생각해봅니다.
넘기는 책장 속에서 올 봄은 유난히도
선잠깨어 아직 졸리운 눈으로 바라보는
그런 동화나라일 것같은 생각이 듭니다.
마음 먹으면 굴절되어 꺽이는 세상에서
올 봄 빛살은 무슨 색을
내 가슴에 물들여 놓을까 생각해 봅니다.
흥건하게 적셔져 이제 비 피할 일도 없어진
봄날 봄비;를 맞으면 내가
한치만큼 커질 것 같은 생각입니다.
하루하루 행복 하소서. 비우고 채우고
그리고 다시채우려는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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