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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장례식

동행 4108

4
강지희

즐거운 장례식

/강지희

생전에 준비해둔 묫자리 속으로
편안히 눕는 작은 아버지
길게 사각으로 파 놓은 땅이
관의 네모서리를 앉혀줄 때
긴 잠이 잠시 덜컹거린다
관을 들어 올려
새소릴 보료처럼 깔고서야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 죽음
새벽이슬이 말갛게 씻어 놓은 흙들
그 사이로 들어가고 壽衣 위에
한 겹 더 나무그늘 옷을 걸치고
그 위에 햇살이불 끌어당겨 눕는 당신
이제 막 새 세상의 유쾌한 명찰을 달고
癌 같은 건 하나도 안 무섭다며
둘러선 사람들 어깨를 토닥거린다
향 같은 생전이 다시 주검을 덮을 때
조카들의 두런대는 추억 사이로
국화꽃 향기 환하게 건너온다

(2009 문화일보 신인문학상 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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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2009.04.20. 14:22
생과사 축복이라하던가요 ?
햇살이불 언제나 ~따스하길 바라면서 ......
커피 2009.04.21. 09:23
죽음이란 또 하나의 시작이라죠
죽음이란 우리가 옷을 갈아입는거라는 표현도 있지요
우리가 연극의 무대에서 생을 마감하지만 영원히 가는것이 아니듯..
동행 글쓴이 2009.04.21. 19:21
물소리님,
우리는 대부분 삶에 대한 애착으로
매달리며 진력을 쏟아가며
생을 마감해 갑니다.
차안과 피안의 땅을 넘나들 수 있다면
우리 모두 자유스러울 수 있습니다.
직시를 통하여 삶과 죽음을 극복을 해나갈 때
우리는 자유스러워지지 않을까요?


동행 글쓴이 2009.04.21. 19:25
구르는 곳이 시작이듯
멎는 곳도 끝일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 구르건 어디에서 멎든
우리는 단지 쉬지않고 움직이고 있는
피사체, 생각하고 있는 피사체 이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멈출 수 없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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