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기타

기록에 없는 계절

시내 2441

1
시인이름 이일림
기록에 없는 계절

이일림


빈 계절 하나를 거울 앞에 놓는다. 겨울이 춥다고 빨간 코트를 꺼내 입을 때 한층 빨라진 대기권 속으로 웃음이 말려들었다. 토마토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씨앗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빈 계절 안에 모이곤 했다.

희망이 놓고 간 마당가 웅덩이가 껴안는 절름발이 여름, 부르튼 상처를 기우며 가을은 세상으로 울음을 흘려보냈을 것이다.

담장과 담장 사이에 달이 차오르면 골목에는 붉은 거미집이 생기고, 바람이 갸우뚱 온도를 재는 동안 달은 제 그림자를 거미집 안에 가두었다.

사계절을 다 소모하였으므로 당신을 빈 계절로 추인함, 거울이 집행한다. 이제 계절이 아닌 날씨로 체재에 맞는 격자무늬를 짜야 하리. 돋움질하는 발들이 땅을 밟고 서서 어디로 머리를 올려야 할지 찾고 있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쪽은 N. 네 방위를 손 안에 놓고 구름마차가 달린다. 한바탕 그림을 그리던 채운이 마차의 바퀴살에서 빙빙 돈다. 참으로 나의 계절은 저 날카로운 빙하가 몰고 오리라. 거울 속에 유보된 달빛이 있다.

흰곰이 이끄는 마차는 12월의 그린란드에 도착했을까? 북극성은 한결같이 그 벽에 걸려 있다. 두려운 마음에 직선의 날실을 잡고 봄을 끌어당기자 빈 계절이 씨실로 기록됐다. 폴라리스 아 폴라리스, 우주 밖으로 행성 하나 떨어졌다. 이 계절에는 빈 계절만 산다.
공유
1
오작교 2010.11.12. 08:19
가슴 한 켠에 마른바람 소리가 들립니다.
"이 계절에는 빈 계절만 산다."
댓글 등록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시인이름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오작교 기타 태그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오작교 10.09.12.22:57 79371 0
공지 기타 이 방의 방장님은 동행님입니다. 6 오작교 08.10.05.21:25 76125 +62
공지 기타 이 게시판에 대하여 2 오작교 08.05.18.21:33 83392 +73
183 이현기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2.25.16:04 2250 0
182 김대은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2.25.11:44 3045 0
181 김 재두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2.23.15:16 3224 0
180 가원 김정숙 기타
normal
데보라 10.12.19.17:23 2322 0
179 권영임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2.19.16:43 2320 0
178 정석희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2.16.23:16 2321 0
177 구재명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2.15.23:00 2725 0
176 雪花 박현희 기타
normal
데보라 10.12.14.16:48 2053 0
175 조영자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2.13.11:39 2429 0
174 조혜식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2.11.23:12 2777 0
173 조혜식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2.08.14:14 2945 0
172 안 성란 기타
normal
데보라 10.12.01.12:12 2085 0
171 김선자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2.01.03:48 2489 0
170 양종영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1.25.22:38 2910 0
169 최양현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1.16.02:07 2783 0
이일림 기타
normal
시내 10.11.11.10:15 2441 0
167 노승한 기타
normal
데보라 10.11.10.07:05 2503 0
166 권영임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1.08.08:17 3103 0
165 김선자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1.07.10:50 2532 0
164 김택천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1.04.05:53 206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