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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없는 계절

시내 2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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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름 이일림
기록에 없는 계절

이일림


빈 계절 하나를 거울 앞에 놓는다. 겨울이 춥다고 빨간 코트를 꺼내 입을 때 한층 빨라진 대기권 속으로 웃음이 말려들었다. 토마토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씨앗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빈 계절 안에 모이곤 했다.

희망이 놓고 간 마당가 웅덩이가 껴안는 절름발이 여름, 부르튼 상처를 기우며 가을은 세상으로 울음을 흘려보냈을 것이다.

담장과 담장 사이에 달이 차오르면 골목에는 붉은 거미집이 생기고, 바람이 갸우뚱 온도를 재는 동안 달은 제 그림자를 거미집 안에 가두었다.

사계절을 다 소모하였으므로 당신을 빈 계절로 추인함, 거울이 집행한다. 이제 계절이 아닌 날씨로 체재에 맞는 격자무늬를 짜야 하리. 돋움질하는 발들이 땅을 밟고 서서 어디로 머리를 올려야 할지 찾고 있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쪽은 N. 네 방위를 손 안에 놓고 구름마차가 달린다. 한바탕 그림을 그리던 채운이 마차의 바퀴살에서 빙빙 돈다. 참으로 나의 계절은 저 날카로운 빙하가 몰고 오리라. 거울 속에 유보된 달빛이 있다.

흰곰이 이끄는 마차는 12월의 그린란드에 도착했을까? 북극성은 한결같이 그 벽에 걸려 있다. 두려운 마음에 직선의 날실을 잡고 봄을 끌어당기자 빈 계절이 씨실로 기록됐다. 폴라리스 아 폴라리스, 우주 밖으로 행성 하나 떨어졌다. 이 계절에는 빈 계절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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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2010.11.12. 08:19
가슴 한 켠에 마른바람 소리가 들립니다.
"이 계절에는 빈 계절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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