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기타

기록에 없는 계절

시내 2448

1
시인이름 이일림
기록에 없는 계절

이일림


빈 계절 하나를 거울 앞에 놓는다. 겨울이 춥다고 빨간 코트를 꺼내 입을 때 한층 빨라진 대기권 속으로 웃음이 말려들었다. 토마토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씨앗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빈 계절 안에 모이곤 했다.

희망이 놓고 간 마당가 웅덩이가 껴안는 절름발이 여름, 부르튼 상처를 기우며 가을은 세상으로 울음을 흘려보냈을 것이다.

담장과 담장 사이에 달이 차오르면 골목에는 붉은 거미집이 생기고, 바람이 갸우뚱 온도를 재는 동안 달은 제 그림자를 거미집 안에 가두었다.

사계절을 다 소모하였으므로 당신을 빈 계절로 추인함, 거울이 집행한다. 이제 계절이 아닌 날씨로 체재에 맞는 격자무늬를 짜야 하리. 돋움질하는 발들이 땅을 밟고 서서 어디로 머리를 올려야 할지 찾고 있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쪽은 N. 네 방위를 손 안에 놓고 구름마차가 달린다. 한바탕 그림을 그리던 채운이 마차의 바퀴살에서 빙빙 돈다. 참으로 나의 계절은 저 날카로운 빙하가 몰고 오리라. 거울 속에 유보된 달빛이 있다.

흰곰이 이끄는 마차는 12월의 그린란드에 도착했을까? 북극성은 한결같이 그 벽에 걸려 있다. 두려운 마음에 직선의 날실을 잡고 봄을 끌어당기자 빈 계절이 씨실로 기록됐다. 폴라리스 아 폴라리스, 우주 밖으로 행성 하나 떨어졌다. 이 계절에는 빈 계절만 산다.
공유
1
오작교 2010.11.12. 08:19
가슴 한 켠에 마른바람 소리가 들립니다.
"이 계절에는 빈 계절만 산다."
댓글 등록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시인이름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오작교 기타 태그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오작교 10.09.12.22:57 79918 0
공지 기타 이 방의 방장님은 동행님입니다. 6 오작교 08.10.05.21:25 76696 +62
공지 기타 이 게시판에 대하여 2 오작교 08.05.18.21:33 83904 +73
629 한계순 그리움
normal
바람과해 10.12.10.22:58 2313 0
628 김미생 고독
normal
Sunny 10.12.09.12:52 2133 0
627 조혜식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2.08.14:14 2953 0
626 김재두 그리움
normal
바람과해 10.12.04.11:57 2122 0
625 안 성란 기타
normal
데보라 10.12.01.12:12 2092 0
624 김선자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2.01.03:48 2496 0
623 김미생 고독
normal
Sunny 10.11.26.14:23 2857 0
622 양종영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1.25.22:38 2922 0
621 시현 가을
normal
동행 10.11.21.01:29 3193 0
620 김정임 가을
normal
바람과해 10.11.20.17:14 2600 0
619 정석희 겨울
normal
바람과해 10.11.16.02:31 2881 0
618 최양현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1.16.02:07 2787 0
617 이병률 애닮음
normal
시내 10.11.15.08:40 2753 0
616 문정희 사랑
normal
시내 10.11.14.08:06 2865 0
이일림 기타
normal
시내 10.11.11.10:15 2448 0
614 김미생 사랑
normal
Sunny 10.11.10.17:41 2765 0
613 노승한 기타
normal
데보라 10.11.10.07:05 2510 0
612 김사인 희망
normal
시내 10.11.10.06:38 2759 0
611 이설영 가을
normal
바람과해 10.11.09.23:16 2870 0
610 권영임 기타
normal
바람과해 10.11.08.08:17 311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