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달빛 아래서
도서명 | 오두막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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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불을 마치고 뜰에 나가 새벽달을 바라보았다. 중천에 떠 있는 열여드레 달이 둘레에 무수한 별들을 거느리고 있다. 잎이 져 버린 돌배나무 그림자가 수묵으로 그린 그림처럼 뜰 가에 번진다. 달빛이 그려 놓은 그림이라 나뭇가지들이 실체보다도 부드럽고 푸근하다.
밤새 개울물 소리에 씻겨 투명해진 새벽달을 바라보면서, 언젠가 화집에서 본 심전 안중식의 ‘성재수간도(聲在樹間圖)’가 연상되었다. 수리가 나무 사이에서 난다는 그림인데, 표현을 달리하자면 숲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숲속에 사는 한 사내가 달빛 아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사립문 쪽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찾아오는 이는 없고 바람만 휘몰아치면서 그의 머리카락과 나뭇잎이 심하게 나부끼고 있는 풍경이다. 어쩌면 그는 방 안에서 바람소리를 듣다가 밖에 누가 오는 듯한 소리를 듣고 문밖으로 나와 본 것인지도 모른다.
중천에 떠 있는 새벽달을 바라보면서 떠오른 그림이다. 새벽달은 게으른 사람들에게는 만나보기 어렵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하루 스물네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유용하게 쓸 줄 아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자연의 은혜이다.
이 우주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움직이고 흐르면서 변화한다. 한 곳에 정지된 것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해와 달이 그렇고 별자리도 늘 변한다. 우리가 기대고 있는 이 지구가 우주 공간에서 늘 살아 움직이고 있다.
무상(無常)하다는 말은 허망하다는 것이 아니라 ‘항상하지 않다’ ‘영원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게 우주의 실상이다. 이 변화의 과정 속에 생명이 깃들이고, 이런 변화의 흐름을 통해서 우주의 신비와 삶의 묘미가 전개된다.
만약 변함이 없이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면 그것은 곧 숨이 멎은 죽음이다. 살아 있는 것은 끝없이 변하면서 거듭거듭 형성되어 간다. 봄이 가고 또 오고,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그와 같이 순환한다. 그것은 살아 있는 우주의 호흡이며 율동이다. 그러니 지나가는 세월을 아쉬워할 게 아니라, 오는 세월을 유용하게 쓸 줄 아는 삶의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요즘 돌아가는 세태를 유심히 살펴보면 우주의 호흡과 같은 자연스런 움직임과 흐름을 인위적으로 저지하고 막으려는데 큰 병통이 있는 것 같다. 불경기로 인해 세상의 흐름이 막히고 있다. 경제활동이 원활하지 못해서 돈이 잘 안 돌아가는 현상이다. 물건의 거래가 활발하지 않고 상업이나 생산 활동에 활기가 없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돈줄이 막혀 그 힘으로 움직이던 경제활동이 멈추어 선 것이다.
비전문가의 처지에서 주제넘은 참견 같지만 우리가 몸담아 사는 세상일이니 모른 체할 수가 없다.
세상일은 여러 가지 현상이 얽히고 설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연관되어 있다. 경제현상도 경제 자체만이 아니라 경제 외적인 현상과 서로 ㄹ맞물려 있다. 경제의 주체는 재화가 아니라 그것을 쓸 줄 아는 사람이다.
경제정책을 세우고 그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전체적인 우주의 흐름을 모르고, 눈앞 일만 가지고 이리저리 끼워 맞추려고만 하니 오늘 같은 파국을 가져올 수밖에 더 있겠는가. 그 사회의 모든 현상이 활발하게 살아 움직여 전체적으로 활기찬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인데, ‘신한국’ ‘신경제’를 내세운 집권세력들이 부패의 고리를 끊는다는 명분아래, 생명의 원리를 무시하고 그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한 데서 오늘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긴 눈으로 보면 이도 또한 이 땅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올 전기가 될 것이다.
돈이란 우리들 마음이 평온하고 기쁨으로 차 있을 때, 우리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도 떳떳하고 즐거울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에너지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돈을 수량적인 단위로만 보지 말고 좋은 이로가 좋은 생각에 따라다니는 우주의 흐름, 즉 에너지의 흐름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이나 기업이 이런 흐름의 오묘한 도리를 이해한다면, 그 흐름을 받아들일 자세와 그것을 값있게 활용할 길을 찾게 될 것이다. 흔히 하는 마로, 돈을 쫓아다니지 말고 돈이 따라오도록 하라는 것도 이 에너지의 흐름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흐름이 멈추어 한 곳에 고이게 되면 부패한다. 이것은 우주 생명의 원리다. 물질만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도 어느 한 곳에만 얽매어 갇혀 있게 되면 그 이상의 성장이나 발전은 없다. 그래서 늘 새롭게 시작하라는 것이다. 살이 있는 물은 밤낮없이 흐르면서 스스로도 살고 남들도 살린다.
글출처 : 오두막 편지(法頂 스님, 이레)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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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개울물 소리에 씻겨 투명해진 새벽달을 바라보면서, 언젠가 화집에서 본 심전 안중식의 ‘성재수간도(聲在樹間圖)’가 연상되었다. 수리가 나무 사이에서 난다는 그림인데, 표현을 달리하자면 숲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숲속에 사는 한 사내가 달빛 아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사립문 쪽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찾아오는 이는 없고 바람만 휘몰아치면서 그의 머리카락과 나뭇잎이 심하게 나부끼고 있는 풍경이다. 어쩌면 그는 방 안에서 바람소리를 듣다가 밖에 누가 오는 듯한 소리를 듣고 문밖으로 나와 본 것인지도 모른다.
중천에 떠 있는 새벽달을 바라보면서 떠오른 그림이다. 새벽달은 게으른 사람들에게는 만나보기 어렵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하루 스물네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유용하게 쓸 줄 아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자연의 은혜이다.
이 우주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움직이고 흐르면서 변화한다. 한 곳에 정지된 것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해와 달이 그렇고 별자리도 늘 변한다. 우리가 기대고 있는 이 지구가 우주 공간에서 늘 살아 움직이고 있다.
무상(無常)하다는 말은 허망하다는 것이 아니라 ‘항상하지 않다’ ‘영원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게 우주의 실상이다. 이 변화의 과정 속에 생명이 깃들이고, 이런 변화의 흐름을 통해서 우주의 신비와 삶의 묘미가 전개된다.
만약 변함이 없이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면 그것은 곧 숨이 멎은 죽음이다. 살아 있는 것은 끝없이 변하면서 거듭거듭 형성되어 간다. 봄이 가고 또 오고,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그와 같이 순환한다. 그것은 살아 있는 우주의 호흡이며 율동이다. 그러니 지나가는 세월을 아쉬워할 게 아니라, 오는 세월을 유용하게 쓸 줄 아는 삶의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요즘 돌아가는 세태를 유심히 살펴보면 우주의 호흡과 같은 자연스런 움직임과 흐름을 인위적으로 저지하고 막으려는데 큰 병통이 있는 것 같다. 불경기로 인해 세상의 흐름이 막히고 있다. 경제활동이 원활하지 못해서 돈이 잘 안 돌아가는 현상이다. 물건의 거래가 활발하지 않고 상업이나 생산 활동에 활기가 없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돈줄이 막혀 그 힘으로 움직이던 경제활동이 멈추어 선 것이다.
비전문가의 처지에서 주제넘은 참견 같지만 우리가 몸담아 사는 세상일이니 모른 체할 수가 없다.
세상일은 여러 가지 현상이 얽히고 설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연관되어 있다. 경제현상도 경제 자체만이 아니라 경제 외적인 현상과 서로 ㄹ맞물려 있다. 경제의 주체는 재화가 아니라 그것을 쓸 줄 아는 사람이다.
경제정책을 세우고 그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전체적인 우주의 흐름을 모르고, 눈앞 일만 가지고 이리저리 끼워 맞추려고만 하니 오늘 같은 파국을 가져올 수밖에 더 있겠는가. 그 사회의 모든 현상이 활발하게 살아 움직여 전체적으로 활기찬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인데, ‘신한국’ ‘신경제’를 내세운 집권세력들이 부패의 고리를 끊는다는 명분아래, 생명의 원리를 무시하고 그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한 데서 오늘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긴 눈으로 보면 이도 또한 이 땅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올 전기가 될 것이다.
돈이란 우리들 마음이 평온하고 기쁨으로 차 있을 때, 우리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도 떳떳하고 즐거울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에너지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돈을 수량적인 단위로만 보지 말고 좋은 이로가 좋은 생각에 따라다니는 우주의 흐름, 즉 에너지의 흐름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이나 기업이 이런 흐름의 오묘한 도리를 이해한다면, 그 흐름을 받아들일 자세와 그것을 값있게 활용할 길을 찾게 될 것이다. 흔히 하는 마로, 돈을 쫓아다니지 말고 돈이 따라오도록 하라는 것도 이 에너지의 흐름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흐름이 멈추어 한 곳에 고이게 되면 부패한다. 이것은 우주 생명의 원리다. 물질만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도 어느 한 곳에만 얽매어 갇혀 있게 되면 그 이상의 성장이나 발전은 없다. 그래서 늘 새롭게 시작하라는 것이다. 살이 있는 물은 밤낮없이 흐르면서 스스로도 살고 남들도 살린다.
새벽 달빛 아래서 흐름에 귀 기울이다.
글출처 : 오두막 편지(法頂 스님, 이레)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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