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의 시비 앞에서

오작교
서쪽 창으로 비쳐드는 오후의 햇살이 아늑하고 장다운 11월, 창밖으로 가랑잎 휘몰아 가는 바람소리가 내 손등의 살갗처럼 까슬까슬하다. 숲에 빈 가지가 늘어가고 개울가에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바빠진다. 아궁이와 난로에 지필 장작을 패서 처마 밑에 들이고, 고추밭에 얼어서 시든 고춧대도 뽑아내야 한다. 서릿바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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