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오작교
비가 내린다. 나무들이 젖고 있다. 새들은 깃을 찾아드는데 숲은 저만치서 부옇게 떨고 있다. 나직한 빗소리를 들으면 앓고 싶다. 시름시름 앓기라도 하면서 선해지고 싶다. 성해서 어울릴 때보다 혼자서 앓을 때 문득 자기 존재를 의식하게 된다. 언어가 문을 닫은 침묵 속에서 내 깊숙한 목소리를 듣는다. 그 안에서 내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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