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구재명


우리 이 땅에 태어나
하나 둘 삶에 무계를 지고
하늘 그늘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나그네 되었네.

명예권세 부귀영화 누리려
흘어가는 구름 바라보면
하루살이 그림자 누울 곳 없어
기울어져만 가네.

하루가 백년이요 계절도 길은 곤충
한해를 넘기지 못 하는 생인데
일초일각을 멈추려 사투를 벌인
한 낮 뿌리 잘린 들플이어니

산을 글어안고 바다를 품어도
땅위나 물밑에 사는 인생이라면
벼랑끝에 바람으로 번개처럼 사라지는
공허함만 남는 여정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