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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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거 / 김 선 태
진주가 보석으로서 이름값을 하는 것은 조개라는 숨은 배경이 있
었기 때문이다.
모나고 보잘것없는, 고통의 씨앗인, 어쩌면 원수 같은 모래 한 알
을 내뱉지 못하고 기어이 몸속 손님으로 받아들인 조개의
저 아름다운 동거!
제 피와 살점을 뜯어 먹여 마침내는 완벽한 진주로 키워내고야 마
는 조개의
저 지독한 사랑이여!
그러므로 조개는 진주의 밥이요 집이요 아내요 어머니요 모든 것
이다. 이름 없는 조개는 이름 있는 진주의 진짜 이름이다. 상처 난 조
개만이 진주를 품을 수 있다. 진주의 중심엔 언제나 조개의 고통이
스며 있다.
김선태 : 1960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199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간이역'
'동백숲에 길을 묻다'가 있다.
반드시 누군가의 상처가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교만하지 말고 언젠가 다른 누군가를 빛나게 하는 상처가 되어 주는 것도 의미가 되는 일
조개의 상처와 진주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휴일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