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송 (老松)
             글 / 윤 정 덕

산허리에 호젓이 서 있는
휘어진 노송(老松)이
조금은 추워 보입니다.

老松을 닮은 육신은
가을 이때쯤이면 각질을 돋아
세월이 흘렀음을 알게 합니다.

약간의 잿빛 가을 하늘과
하늬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들판에 홀로 서서
먼 작은 마을을 보노라면

내 인생을 보는 듯
한동안 덧없는 마음에
무연이 콧등이 시큰거립니다.

나는 세상을 어떻게 살았으며
인생을 어떻게 살았을까?
젊은 한 시절 유혹이 절정에 달했을 때
참된 사랑을 알고서 진정 행복해 하였는지

"진정한 사랑은"

사랑에게서 고립되어 가는 것이라면
그 사랑으로
한번이라도 고독의 공포를 알았는지...


오! 나는 진정 압니다.

돌아서
눈물짓든 소녀와 여인을!

그렇게 오늘도
내 영혼은 늪속을 기어다니며
진정한 사랑을 쫓아낸 영혼에
상처가 나 진물이 흐릅니다.

그 상처 아물어 닦지가 않도록
이제는 황량한 바람이 부는
도시를 기어다니기 싫습니다.

이제사,
내 인생 절반의 지점에서
눈동자 까맣게 아직 빛은 있으나

눈 아래 담쟁이처럼
덮여진 긴 세월, 삶의 흔적을
어느 손이 어루만져 줄까?...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길"

들판에
홀로라도 좋습니다.
먼 마을을
바라보며 살고 싶습니다.

그리된다면
남은 세월 후회없어라고
큰 소리로 꺼억꺼억 울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