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집에서

청하 권대욱

창백한 간접조명이
털가죽 외투 깃을 채색하고
드리운 세월을 하직하련다

섣달 그믐날
잡은 유리잔에 서리는 안개
임의 눈동자는 아쉬움 덧칠하네

네가 갈 길은 먼 길이지만
나는 멀지 않은 길로 갈 것이니
어이하여 오늘의 이별은
차가운 달빛 아래인가

고단한 삶의 한 조각
서러움에 섞어 마시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