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풀이리니.....

      누가 들녘을 황량(荒凉)하다 하리 계절마다 다투어 피는 이웃 정겹고 굳이, 이름 몰라도 좋은 흥겨운 새울음에 아침, 하루가 설레이고 저녁노을 길게 눕는 곳 살랑대는 봄바람이면 저 바다, 땅끝에서 건너오는 꽃동네 이야기 소곤소곤 세상 일, 귀소문 빠른 들녘 아니 듣고, 아니 볼 것들 때마다 낮게 깔아 가려주는 구름이 좋아 밟히면 일어나고, 바람 불면 흙뿌리 움켜잡아 어느 누가 찾아주지 않아도 귀하다 불러주지 않아도, 때로는 하늘이 노을 탄 술한잔에 취하여 구름이불 덮고 잠들어 서러이 훌쩍이며 지새우는 밤이어도 이슬로 포근히 감싸안아 촉촉히 토닥이며 방울방울 씻어 주는 곳 울타리 그어 니것, 내것 비우고 채우는 걸 모르는 곳 수분(守分)으로 모든 걸 가진 나는, 아무 욕심 없으리 마음껏 노래하며 모두를 사랑하리 한뼘 햇살, 한줄기 바람이면 족한 나는 들녘에 이름 잊은 들풀이리니..... 0504. 邨 夫 Ad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