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보살피기 때문에 아름답게 느껴는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그는 참 엉뚱하고도 이상한 일에 감격을 하곤 한다. 보통 사람들이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것을 아름답게 느낀다. 연녹색 잎과 잘 구별되지 않는 벌레를 바라보며 그는 진심으로 감동받곤 한다.

   “정말 아름답지 않니?”

   데이트를 할 때엗 그는 곤충들의 모습이 상세하게 기록된 책을 펼쳐놓고 밥을 먹는다. 이따금 클로즈업된 사진을 보여주며 “정말 신비롭지 않니?” 하고 감탄한다. 마치 샐운 별을 발견한 천문학자처럼 말이다.

   참 독특한 사람을 사랑하는 그녀. 발 없는 곤충도 싫지만 발 많은 곤충은 더더욱 싫어하는 그녀. 남자친구 때문에 식욕이 떨어져 급기야 살까지 빠졌다. 친구들이 다이어트의 비결을 물어볼 때면 울고 싶어졌다.

   어느 날 그녀는 뇌 해부도가 그려진 책을 들여다보며 밥을 먹는 그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서 심상찮은 기운을 느낀 듯 그, 자신이 좀 심했다는 걸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가 책을 덮으며 갈릴레이라도 된 것처럼 한숨을 쉬었다.

   “우리 교수님은 뇌의 단면도를 ㅂ시면서 ‘이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하시는데.”

   아름다움이란 진정 주관적이다. 아름답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건 우리들의 오해다. 아름다움이 먼저가 아니라 사랑이 먼저다. 사랑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곤충들 사진을 보며 감동한 듯 바라보는 그가 생생한 증거다.

   이젠 그녀도 조금씩 변해간다. 자신의 분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가, 그래서 독특하고도 지극한 경지에 이른 그가 점점 더 멋지게 느껴진다. 몇 달 디에는 그녀도 그와 함께 해부도를 보며 밥을 먹고, 가끔은 정밀한 곤충도감을 보며 ‘감동적’이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글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쌤앤파커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