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던 한 시인이 천국으로 떠났다-
    
     
    조의금이 몇 백 걷혔다. 
    생전에 그렇게「큰돈」을 만져본 적 없는 
    시인의 장모는 가슴이 뛰었다. 
    이 큰 돈을 어디다 숨길까? 
     
    퍼뜩 떠오른 것이 아궁이였다. 
    거기라면 도둑이 든다 해도 찾아낼 수 없을 터였다. 
    노인은 돈을 신문지에 잘 싸서 아궁이 깊숙이 
    숨기고서야 편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시인의 아내는 하늘나라로 간 남편이 
    추울 거라는 생각에 그 아궁이에 불을 넣었다. 
    타오르는 불길 속에 푸르스름한 빛이 이상했다. 
    땔나무 불빛사이로 배추이파리 같은 것들이 팔랑거리고 있었다.   
    조의금은 그렇게 불타버렸다. 
     
    다행히 타다 남은 돈을 은행에서 새 돈으로 바꾸어주어,
    그 돈을 먼저 떠난 시인이 「엄마야」며 따르던 
    팔순의 장모님 장례비로 남겨둘 수 있게 되었다. 
    시인은 늘 「엄마」의 장례비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시인 천상병 家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