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풍경' ('조광(朝光)' - 1937년 4월호)
 
1. 이곳은 W백화점 입구이다.
유선형 [씨브-레] 차 한 대가
동대문 방면에서 쏜살같이 달려와 스르르 [쓰-톱]을 한다.
곧 문을 열고 나오는 주인공은
 [샤리 템-풀] 같이 귀엽운 소녀 두명과 젊은 부부 두 사람이다.
그들은 모두 가삼에 진달래를 꽃았다.
 아마 정릉이나 성북동에서 꼿 구경을 하고 오는 모양이다.
젊은 부부는 각각 어린애를 하나씩 손에 잡고 백화점으로 들어선다.
기자는 이 아름다운 풍경에 흥미를 느끼며 그들의 뒤를 따라섯다.
그들은 [에레베-타] 옆에 가서 잠간 발은 멈춤여 남자는
시원한 이마에 미소를 띄고 부인을 향하야,
"꼿 구경도 잘 했으니 저녁이나 먹고 가지.."
부인이 대답을 하기 전에 꾀꼴이같은 목소리로,
"아버지 난 양요리가 좋아.." 이렇게 말을 가로채는 분은 큰 따님이다.
"아녜요. 난 닭고기 탕반이 좋아요.." 이것은 작은 따님의 말이다.
"그럼은 안돼... 모든지 아버지 사주는 대로 먹어야지..."
3십이 겨우 넘은 듯한 부인의 점잖은 말씨이다. 남자는 웃음을 띄고,
"그러면 [쨩껨미-뽀]를 해야겠네..."
네 사람은 일제히 '희희'하고 극히 만족한 웃음은 웃으며
[에레베-타]를 타고 위ㅅ층으로 올라간다.
기자도 그 중에 한 사람이 되여 그들의 뒤를 따랐다.
 
2.  5층 식당에 올라가니 입구에는 진달래와 사쿠라가 어겨맻겨 흥여를 틀고,
저쪽에서는 [쨔-쓰]가 요란한 음조를 날리고 있다.
그리고 돈 있는 사람은 누구나 먹으라는 듯이 잠깐 보아도 비위가 동하는
온갖 산해진찬이 보기좋게 벌여 있다.
 양식,중국식,조선식 그리고 한번 마시면 가삼이 시원할 듯한 온갖 음료수..
그러나 기자는 겨우 비빔밥 한 그릇을 시켜가지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은 그야말로 초만원이다.
그리고 손님중에 대부분은 모두 손에 꼿을 한송이씩이라도 가졌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그들은 교외에서 한바탕 놀고 들어온 손인 듯하다.
봄기운은 식당에도 가득이 찻다.
기자는 비빔밥으로 얼른 주린 배를 채우고 그곳은 떠나 아래ㅅ층 - 4층 음악실로 내려갔다.
[레코-드]가 울고 [그랑드 피아-노]가 흑요석인양 빛나고 있다.
얼른 보니 저쪽에는 젊은 남녀가 서서 [레코-드]를 고르고 있지 않은가?
잠깐 기자의 고막을 울리는 아름다운 회화...
"여보, 이것은 [슈-뻴트]의 소야곡이구려.
꼭 한장 사야해요?"
이것은 여자의 방울갓흔 고운소리다.
"참 조흔 것 있네. 암 사야지요."
"사다가 한번 실컷 틀어봐야겠네"
"아이, 참, 당신이 또 좋아하는 꼴을 어떻게 봐.."
"우리 실컷 좀 걸어봐요. 내, 춤도 출께..."
- 아양하는 여자의 소리다.
기자는 눈꼴이 틀려서 북쪽 사진기실로 발을 옮겼다.
그러나 여기에도 미국제 사진기 한대를 사며 웃고 있는 남녀가 있다.
"내일은 청량리에 가서 송림을 배경으로 하고 한번 박아요.
내 [리리안 깃슈]같이 웃는 얼굴을
할게.." 이것도 여자의 야양하는 소리다.
"청량리는 왜. 지금이 한창 꼿필땐데...창경원으로 갑시다.
그리고 난 [리리안 깃슈]는 싫여...[꾸레타 갈-보] 갓흔 명상적 얼골이 좋지."
"그럼은 이렇게 슬픈 얼골을 할가?"하고
여자는 노상 명랑하게 얼골을 찅그리며 흉내를 낸다.
그들은 마침내 일금 9십8원을 내여 그 사진기를 사서 손에 든 후
깃분 듯이 아래ㅅ층으로 내려간다.
 
3. 여기는 포목주단실이다.
울굿불곳한 온갓 비단이 산갓히 쌓여 있다.
진열대 우에 펴놓은 것만 하여도 꼿모양, 나무ㅅ닢 모양, 새(鳥)모양,
가지각색의 비단이 '즐거운 봄은 여기 있다'는 듯이
여러 손님을 부르고 있다.
여러 남녀가 서서 자기의 건강과 청춘을 빛낼 여러가지 옷감을 고르고 있다.
그중에 40여세 쯤 되여 보이는 남자 한 분은 소녀 두명을 다리고
색이 찬란한 여러가지 비단을 이리 만지고 저리 만지고 있다.
"아부지... 난 이 목련꼿 무늬를 놓은 치마가 좋아요.
꼿구경갈ㅅ때 입으면 입으면 좋겠어요."
소녀의 응석부리는 목소리다.
"그래라 그래.. 네 맘에 조흔 것을 사야지"
"아부지, 난 저 장미를 수놓은 [하부다이] 저고리가 좋아.. 나도 해주여야지.."
이것은 작은 소녀의 좀 아양하는 말소리.
"안돼 네겐 너무 과하다. 그것은 기생이나 입는 게다. 못써!"
"싫어요.. 난 그게 좋아.."
소녀는 좀 입이 실쭉하매 얼골을 찅그린다.
 
4.  끝내 기자는 이 재미있는 풍경을 바라보며
'봄날은 즐거운 때'라고 생각하고 그 곳을 떠났다. 
 
작자 미상의 르포성 글입니다.
1930년대 상류층의 삶의 한 단면을 백화점을 통해 본 흥미있는 글입니다.
가급적 원문 그대로 옮깁니다.
(한자와 몇가지 타자가 불가능한 고자(古字)를 제외한
나머지 표기법과 외래어 표기는 원문대로입니다)
 
  
 
옮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