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 1953)


각본 : 이안 맥렐란 헌터(Ian McLellan Hunte),
존 다이톤 (John Dighton)
감독 : 윌리암 와일러 (William Wyler)
출연 : 그레고리 펙 (Gregory Peck)
오드리 헵번 (Audrey Hepburn)
에디 알버트 (Eddie Albert)
하틀리 파워 (Hartley Power)
하커트 윌리암스 (Harcourt Williams)
마가렛 로우링스 (Margaret Rawlings)
털리오 카미나티 (Tullio Carminati)
녹음 : Joseph De Bretagne
미술 : 헐 페레이라 (Hal Pereira),
월터 타일러 (Walter Tyler)
분장 : Wally Westmore, Alberto De Rosssi
원안 : Ian McLellan Hunter,
달톤 트럼보(Dalton Trumbo)
음악 : 조르주 오릭 Georges Auric
의상 : 에디스 헤드 (Edith Head)
제작 : 윌리암 와일러 (William Wyler)
조감독 : Herbert Coleman, Piero Mussetta
촬영 : 프란츠 플래너(Franz Planer),
앙리 알레칸(Henri Alekan)
편집 : 로버트 스윙크 (Robert Swink)
상영시간 : 118 분
관련영화사 : Paramount Pictures
William Wyler"s Production

역대 영화의 히로인 중 「공주」역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는? - 오드리 햅번, 그리고 그 공주가 헐렁한 기자와 사랑에 빠진다면 가장 잘 어울릴 도시는? - 로마

 최고의 해"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故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그같은 선택은 절묘했다. 53년 아카데미가 혜성과 같이 나타난 오드리 헵번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이래 "로마의 휴일"은 기껏해야 동화의 품속에서나마 휴식을 얻고자했던 세계인들의 소박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세상 여자들이 모두 그녀 같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누군가의 말에 시비 걸 생각이 없을만큼 헵번은 예쁘고, 생동감있고, 싱그럽고, 요정같고 또 공주답다. "로마의휴일"은 무명이었던 오드리 햅번을 단번에 세기의 요정으로 만들어 놓았다.

텅 빈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오는 그레고리 펙의 허망한 눈빛을 마지막으로 엔딩 크레딧이 떠오를 때 가슴 한켠이 싸아해지기도 마찬가지였다. 지지고 볶는 사랑 영화를 무수히도 봐왔건만, 에로틱과는 거리가 한참 먼 밋밋한 키스신 밖에 없는 영화를 보면서 여전히 가슴이 싸아해질수 있다는게 오히려 신기했다.

 휴일"은 윌리엄 와일러와 오드리 헵번, 그레고리 팩을 한데 묶어 좋아하는 배우·감독·작품으로 선정하던, 얼치기 헐리우드 키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색다른 감흥도 주었다. 더불어 마지막 로맨티스트라 불렸던 영화평론가 故 정영일씨를 기억속에서 불러내는 가외의 소득도 있었다. EBS에서 명화극장 프로로 「사브리나」,「티파니에서 아침을」등을 소개할 때 「오드리 헵번의, 오드리 헵번에 의한, 오드리 헵번의 영화입니다. 놓치지 마십시오」라며 맛깔스레 우리를 유혹하곤 했던, 텔리비전 화면에서 두꺼운 안경테와 특유의 음색이 사라졌던 그 즈음의 토요일 오후가 얼마나 허전했던지....

깡마른 소말리아 어린이를 안고있던 말년의 오드리 헵번을 생각해본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올웨이즈」에서 사랑하는 홀리 헌터를 잊지 못해 구천을 떠도는 리처드 드레이프스를 위로하는 흰 옷의 천사로 나왔던 그녀. 그 영화처럼 지금도 어느 하늘 아래선가 사랑을 잃고 헤매는 이들을 지키고 있지 않을까. 

해마다의 조사에서 영화팬들이 다시 보고 싶은 명화 중에 첫 번째로 꼽힌다는 영화 "로마의 휴일"은 1953년에 제작된 이래 근 50 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에 이르러서도 변함없는 절찬과 사랑을 받는 명화 중의 명화이다. 몇 차례나 리바이벌 되고 있지만 그래도 물리지않고 퇴색되지 않는 주옥 같은 명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거장 윌리암 와일러 감독이 오드리 햅번이라는 신인 여배우를 만남으로 인해 거의 영화의 성공을 약속 받은 작품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귀족 가문인 어머니의 피를 이어 받은 그녀는 연기로도 보충할 수 없는 우아한 기품을 갖추고 있다. 만약 그녀 이외의 다른 여배우가 그 역을 맡았더라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만인으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자아내게 한다.

명시되지 않은 가상의 한 왕국의 공주인 앤은 유럽 각국을 친선 방문 차 순방 중에 로마를 방문하게 된다. 그녀는 왕실의 엄격한 규율과 꽉 짜여진 스케줄에 지쳐 있는 상태이고 잠시도 혼자만의 시간의 가질 수 없음에 아쉬울 뿐이다. 바쁜 스케줄에 시달린 공주는 의사의 권유로 다음날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안정제를 먹고 침대에 눕는다. 그러나 오랫만에 느껴보는 자유로운 해방감에 잠도 오지 않는 앤 공주는 창밖을 보다 문득 충동적으로 로마의 거리에 나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잠자리에 드는 척하고는 변장을 하고 몰래 궁전을 빠져 나와 밤거리의 로마로 무작정 향한다. 생전 처음 맛보는 자유로운 해방감에 그녀는 신이 나서 거리를 쏘다니다가 몇 시간 전에 먹은 안정제의 약효로 스페인 광장에 있는 벤치에 쓰러져 그만 잠속으로 빠져 든다.
그때 마침, 이번 앤 공주의 유럽순방을 따라다니며 특종 기사감을 노리고 있는 미국에서 파견된 로마 특파원 신문기자 조(그레고리 펙)가 거리를 거닐다 우연치 않게 광장 벤치에 쓰러져 잠들어 있는 앤 공주를 발견한다.

 

조는 거리에서 자고 있는 아가씨를 그냥 내버려 두고 갈 수 가 없어 일단 자기 하숙으로 데려가 침대에 누이고 자기는 소파에서 잠을 잔다.
다음날 아침 조는 신문사에 출근해서야 비로소 공주의 실종사건을 알게 되고 어제 그 아가씨가 자신이 찾던 특종감임을 알고 부랴부랴 동료인 사진기자 어빙을 불러 의논하고는 하숙집을 나온 앤의 뒤를 몰래 따른다. 아침에 잠을 깬 앤 공주는 낯선 풍경에 놀라기는 했지만 지금을 다시 없을 기회로 여겨 로마 시내를 구경하기로 마음 먹고 집을 나선 것이다.

트레비 분수 가까운 미용실에 들어가 긴 머리를 숏 커트해 버리고 사람들이 눈치 채지 않게 거리를 거닐었다. 아무런 낌새도 차리지 못한 앤에게 스페인 광장의 계단에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접근한 조는 그녀에게 로마 구경을 안내하고 친구 어빙은 라이터 모형의 소형 카메라를 몸에 지니고서 공주의 일거수 일투족을 몰래 촬영한다. 둘은 로마 시내를 구경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앤 공주는 신사답고도 부드러운 매너의 조에게 사랑을 느끼고, 조도 아름답고 순수한 앤 공주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앤은 처음으로 담배를 피워보기도 하고, 조 브래들리가 모는 모터사이클의 뒷좌석에 앉아 로마 시내를 구경하기도 한다. 그리고 과속으로 경찰에게 붙잡히자 앤공주가 조의 허리를 껴안으며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한다.

"결혼식을 하러가는 거예요"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던 감시관의 눈에서 해방된 그녀는 마냥 즐겁기만 하다. 보는 것, 듣는 것 모두가 처음 보고 대하는 진귀한 서민의 생활 가운데서 평소에 동경해 온 자유를 만끽하며 기뻐 날뛰는 모습에서 오드리 햅번 자신만의 경쾌한 리듬이 들려오는 듯 하다. 스트로우로 종이를 불어 멀리 날리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소란을 피우는가 하면 기타로 남자를 휘갈기는 등 공주답지 않은 행동에 웃음이 새어 나오며 관객들은 점차 그녀에게 이끌리게 된다.그러나 이때 공주의 실종을 알아차린 대사관은 발칵 뒤집혔고 정보기관이 총출동하는 등 초비상이 걸린다.
한편, 태여나서 처음으로 평민의 자유를 만끽하는 앤과 행동을 함께 하던 조는 점점 그녀의 순수한 아름다움에 이끌리며 차츰 애정을 갖게 된다.



테베르 강변의 무도장에 간 두 사람은 왕궁쪽에서 보낸 비밀탐정에게 발견되어 대 소동이 일어난다. 첩보원들이 그녀를 발견하고 달려들자 그들은 물속으로 뛰어들어 간신히 추격을 피하지만, 그들에겐 돌아 가야만 하는 현실이 있었다. 서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두 사람은 아쉬운 작별의 키스를 하고 공주는 무지개 빛 추억을 간직한 채 궁전으로 돌아간다. 조도 특종감으로 기록해둔 사진을 모조리 찢어버려고 이들만의 순정을 영원히 간직하기로 한다


귀국하기 전의 앤 공주 기자 회견장.
앤은 수많은 기자들의 무리 속에서 순간 조를 발견한다. 앤의 눈망울속에 잠시 당혹함이 돌 때, 한 기자가 로마를 방문한 기념 선물이라며 작은 봉투를 건네 주었다. 그는 어제 만난 조의 친구 어빙...,
어빙이 건네준 봉투속에는 조와 앤의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 담겨져 있었다. 두 사람은 사랑을 가득 담은 눈길만을 주고 받을 뿐, 신분의 차이로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묻은 채 서로의 길을 걷는다. 마지막으로 조는 앤 공주에게 어떤 도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냐는 질문을 던지고, 앤 공주는 로마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앤공주는 정중하게 조 브래들리를 향해 고맙다는 말을 하고 돌아선다.
영화는 고개를 돌려 다시 한 번 조 브래들리를 쳐다보고서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앤공주의 모습과 천천히 그곳을 빠져 나오는 조 브래들리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달콤하면서도 애절한 두 사람의 이별 장면은 영화 사상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기록되고 있다.



오드리 헵번은 열 아홉 살 때 단신으로 런던으로 건너가 발레리나 수업을 받다가 1950년 마리오 덴비 감독의 눈에 띄어 "낙원의 웃음"에 단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젊은 아내의 이야기", "첫사랑"등 6개의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했으나 주목을 끌지 못하다가 프랑스의 몽테 카를로에 체류 중 에 출연하는데 이곳에서 만난 "지지"의 작가 꼴레트 여사의 눈에 띄어 브로드웨이 무대에 주연으로 출연하게 됐다. 그 공연을 계기로 오드리 헵번은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로마의 휴일"에 주연 배우로 캐스팅 되면서 청순하고 여린 이미지로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하는 한편 영국에서 활동하던 무명의 오드리 헵번은 이 영화로 미국 영화계의 신데렐라가 됐고 아카데미여우주연상까지 받게 된다. 그리고 1964년엔 "마이 페어 레이디"로 최고의 스타 자리에 오르면서 "사브리나", "샤레이드", "티파니에서 아침을", "어두워 질 때까지" 등으로 네 번이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오드리 헵번의 출현은 당시 영화 스튜디오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풍만한 몸매와 육감적인 매력이 여배우의 인기도를 좌지우지하던 시대에 가냘픈 몸매를 가진 발레리나 출신의 오드리 헵번은 당대의 스타, 마릴린 먼로나 리즈 테일러, 소피아 로렌과 완전히 다른 매력을 보여줬던 것이다. 오드리 헵번은 남다른 패션 감각을 자랑하기도 했는데 그녀는 지방시의 심플하고 품위있는 의상을 즐겨 입었다. 빌리 와일더 감독은 그녀를 가리켜 "아무리 어려운 말이라도 알 듯한 분위기를 가진" 배우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도 그녀는 영화 촬영장에서도 책에서 손을 떼지 않은 독서광이자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다.

"로마의 휴일"의 촬영 이 후로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은 다시 함께 콤비를 이루어 영화에 출연한 적은 없지만 둘은 죽을 때까지 좋은 친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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