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잠시 머물러도 좋으리


/시현


소금기 배인 모래톱을 핥는다.
짭잘한 여름날 기억의 끝자락에서
밀려오르는 아쉬운 잔파도에 부서지며
나 여기 잠시 머물러도 좋으리


뜨거운 남태평양 검푸른 술렁거림 앞에
순수의 기억들 하얀 포말로 피어나고
비틀대며 흔들거리는 9월의 어설픈 하늘,
나 그대 곁에 잠시 머물러도 좋으리


앓고 사는 내게 비 또는 바람이 되어
언제고 저 만큼의 거리에 서있는 사람아,
채워둔 것들은 술잔에서 비워지고
초서체로 흘려쓴 기억들도 피었다가 지는데
그대, 내 곁에 언제고 머물러도 좋으리


우린 이렇게 실성한 사연들을 아우르며
상흔을 안고 사는 것인지도 몰라.
보고 싶고 그리우면 저 심연을
돌려대는 맷돌의 아픈 쾌감으로 남아서
바람에 출렁대는 검푸른 파도일 뿐인데
나는 9월을 그저 지나치고 있을 뿐인데
그대 곁에 오늘도 서성대며
흐르고 흘러서 갈까.
(2010.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