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을 어깨 위로 올릴 수 없을 정도로 갑자기 통증이 심해지자 그는 병원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그가 사무실에서 15분이나 걸리는 병원을 굳이 찾아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건 지난봄에 잘못 걸었던 전화 한 통 때문이었습니다. 

 

   지난봄, 그는 어머니가 타고 오실 버스가 정확히 몇 시에 도착하는지 궁금해서 시외버스 터미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뜻밖에도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죠. 당황한 그가 "거기 시외버스 터미널 아닌가요?" 하고 말하자 전화기 속의 남자가 친절하게 말했습니다.

 

   "여기는 터미널에서 조금 멀리 있는 병원이고요, 저는 이 병원 의삽니다. 이 번호가 전에 시외버스 터미널 번호여서 전화가 자주 걸여오는데요. 잘못 거셨지만 괜찮습니다!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전화기를 들고 그는 한참 멍하니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사무실이 딱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법률사무실 전화번호를 이어받은 그의 사무실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고소 고발을 하겠다는 사람들의 전화가 걸려오곤 했습니다. 

 

   전화번호를 바꾸려니 거래처가 걸리고 계속 두자니 피곤하고, 그런 상태가 이어지던 중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너무나 친절하게 전화를 받은 의사 선생님 목소리를 듣고 나니 문득 자신의 태도가 반성되면서 '아, 이런 것이 발상의 전환이라는 거구나' 싶었죠.

 

   그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나비넥타이를 맨 의사 선생님이 진료실에서 그를 맞이해주었습니다.

 

   치료를 마친 뒤에 그는 지난봄의 전화통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의사는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잘못 걸려온 전화를 그렇게 받는 제가 궁금해서 오셨다는 환자가 열 분이 넘었으니, 잘못 걸린 전화가 많은 것도 큰 도움이 되네요!"

 

   한돈안 잊고 있던 '인생의 기본'을 다시 배우는 것 같았습니다.

 

글출처 : 저녁에 당신에게(김미라, 책읽은수요일)